법률 정보 플랫폼 저스티아에 따르면 넥슨코리아는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주 서부 지방 법원에 아이언메이스와 회사 대표 P(가칭), 디렉터 C(가칭) 등을 저작권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다크 앤 다커는 2021년 10월 판교에 설립된 스타트업 아이언메이스가 데뷔작으로 선보이기 위해 개발하던 게임이다. PC 게임 유통망 스팀을 통해 여러차례 베타 테스트를 실시, 최다 6만명 이상이 동시 접속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넥슨이 이 게임을 두고 해외에서 법정 공방까지 벌인 것에는 단순히 표절작이란 이유만 있지는 않다. 넥슨은 이번 제소 외에도 디렉터 C가 과거 넥슨 재임 시절 'P3' 개발 자료를 반출했다는 이유로 2021년 8월 한국 법원에도 고소했으며 C 외에도 대표 P를 포함 상당수 직원들이 과거 넥슨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경기남부경찰청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고, 이에 경찰은 판교 소재 아이언메이스 본사를 올 1월, 3월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이와 관련해 "당사에 국내 게임 대기업으로부터 피소를 당한 직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며 "우리의 상대는 사실 왜곡, 갑질을 벌이고 있다"는 반론을 내놓았다.
국내 상당수 게이머들은 이에 대해 "넥슨 입장에서 보면 산업 스파이나 다름 없는 행위"라며 넥슨의 편을 들었다. 반면 다크 앤 다커의 타깃 이용자층이라 볼 수 있는 서구권 게이머들은 국내에 비해 아이언메이스를 두둔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미국 시장에 정통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선 다크 앤 다커의 스팀 페이지가 내려간 후 아이언메이스가 입장문을 내놓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언메이스 측을 두둔하는 의견이 대세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트위치에서 339만명의 팔로우를 보유한 미국 게임 스트리머 '아스몬골드'는 지난달 말 개인 방송에서 "나는 어느 쪽 편을 들 생각도 없지만, 뉴스 내용만 보면 아이언메이스 측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다크 앤 다커에 대한 애정은 이해하나 현실을 보다 냉정히 봐야한다"며 넥슨을 무작정 비난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넥슨이 미국 안에서도 워싱턴주에서 소송을 결정한 것은 앞서 언급했던 스팀과 연관이 있다. 스팀은 미국 워싱턴주에 본사를 둔 게임사 밸브 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의 주간활성이용자(WAU)가 접속하는 세계 최대 PC 게임 유통망이다.
스팀에선 지난달 24일 다크 앤 다커의 공식 페이지가 삭제됐다. 이는 넥슨이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에 의거해 밸브 측에 서비스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DMCA는 저작권 침해를 포괄적으로 처벌하되, 플랫폼 측이 저작권 보유자의 콘텐츠 삭제 요구를 충실히 따를 경우 면책 특례를 주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스팀 페이지 삭제 후인 25일, 아이언메이스 측은 그간 '대기업', '우리의 상대'로 명시해왔던 자신들의 상대가 넥슨이라는 점을 명확히하며 "넥슨의 왜곡된 주장으로 스팀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해당 입장문에서 △디렉터 등이 넥슨 시절 개인 서버에 자료를 저장했다는 점 △퇴사 과정에서 기존 넥슨 직원들의 이직을 환영한다고 말한 점 등을 인정하고 "대기업 넥슨이 단기간에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울 지 몰라도 우리는 다크 앤 다커를 10개월 안에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 게이머들로부터 '황당한 입장문'이라는 평을 들었다.
아이언메이스는 이달 14일부터 자유로운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해 법망을 피한 '회색지대' P2P 플랫폼 '비트토렌트'를 통해 다크 앤 다커 테스트 버전을 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디스코드·트위터 등에서 업체 자체 정책, 신고 등으로 이마저도 금지되자 링크 암호화·복호화 플랫폼 'Base64'를 활용해 우회 링크 배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악성코드를 담은 가짜 링크를 뿌리고 있어 간접 피해가 예상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