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창간특집] 챗GPT·구글 바드 대항마 찾아라…韓 기업들 '분주'

글로벌이코노믹

ICT

공유
1

[창간특집] 챗GPT·구글 바드 대항마 찾아라…韓 기업들 '분주'

IT·통신 기업 미래 먹거리 사활…기존 사업 시너지 모색
AI 스타트업,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정부 지원 필요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로이터
챗GPT가 주식 종목 수익률을 분석한다. 자기소개서와 면접, 인재 추천, 연봉 예측도 챗GPT가 한다. 대학교에서는 챗GPT 답변을 베껴서 제출한 과제에 대해 점수를 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교수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기업에서도 챗GPT를 활용할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제와 인사, 교육, 산업 등 사회 전반에서 챗GPT의 활용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지 불과 6개월 만의 일이다.
국내에서도 챗GPT에 대항하기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가 한창이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와 카카오의 'KoGPT'가 최전방에 선 가운데 SK텔레콤의 '에이닷(A.)'과 KT의 '믿음(Mi:dm)', LG '엑사원'이 뒤를 잇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의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들도 뒤를 받치고 있다.

◇ 네카오의 미래 먹거리…'한국형 GPT' 최전방에 서다


국내에서 생성형 AI 개발의 최전방에 선 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다. 생성형 AI가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검색 서비스를 보유한 기업인 만큼 생성형 AI와 검색 서비스의 시너지를 통해 사업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해외에서도 챗GPT가 모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서비스 '빙'에 적용됐고, 구글 역시 검색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글 '바드'를 만들었다. 데이터 학습이 중요한 생성형 AI의 특성상 검색 서비스는 AI가 학습할 다량의 데이터를 제공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네이버는 7월에 챗GPT보다 6500배 많은 한글을 학습한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한다. 네이버가 하반기에 선보일 차세대 검색 서비스인 '서치GPT' 역시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사 대비 4분의 1 비용으로 운영하면서 한국어 학습량이 월등히 높다는 데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8일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하이퍼클로바X'는 전 세계 세 번째이자 국내 첫 최대 규모 학습력을 보유한 모델로, 챗GPT4에 대응한다"고 말했다.

낱말 조합 방식인 한국어는 문자 조합 방식인 영어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더 고도화된 기술을 요구한다. 또 챗GPT의 경우 영어를 기반으로 하고 이를 한국어로 번역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랩 소장은 지난달 19일 월드IT쇼 '글로벌 ICT 전망 콘퍼런스'에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를 기준으로 보면 GPT4가 한국어를 잘하긴 하지만, 디테일한 이해는 조금 부족한 경우들이 있다"며 "아무래도 한국에서 만든 한국어 중심의 생성형 AI가 훨씬 더 정확하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7월께 출시를 앞둔 하이퍼클로바X. 사진=네이버이미지 확대보기
네이버가 7월께 출시를 앞둔 하이퍼클로바X. 사진=네이버

카카오의 'KoGPT' 역시 한국어에 특화돼 있다는 점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는 올 하반기 중 'KoGPT 2.0' 버전을 공개한다. 기존 'KoGPT'는 60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와 2000억 개의 한국어 토큰을 제공한다. 파라미터는 오픈AI의 1750억 개나 '하이퍼클로바'의 2040억 개보다 부족하지만, 다량의 한국어 토큰을 제공해 한국어 학습에 최적화돼 있다.

카카오는 올해 AI와 클라우드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는 "미래 성장 전략인 '뉴 이니셔티브'에 관해 영업손실 최대치를 3000억원으로 잡고 있다"며 "그중 80% 이상이 AI와 AI 관련 클라우드 비용"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나 줄어든 '어닝 쇼크'를 기록했음에도 AI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생성형 AI 경쟁이 거세지는 만큼 속도에 완급 조절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KoGPT 2.0' 출시와 함께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공동체에서도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카카오가 KoGPT 2.0을 준비하면 여기에 카카오페이 금융정보를 학습시켜 새로운 '금융비서 AI'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미래 먹거리 찾는 통신 3사…“AI가 길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미래 먹거리에 접목하기 위한 생성형 AI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에 챗봇 형태의 챗GPT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를 사업모델에 접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통신 3사 가운데 AI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SK텔레콤이다. 이미 'AI컴퍼니'로 전환을 선언하고 성장형 AI인 '에이닷'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모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서비스와 기술 역량을 활용해 고객·기술, 시공간, 산업(AIX), 코어BM, ESG 등 5대 영역을 중심으로 'AI to Everywhere(AI를 모든 곳에)' 전략을 펼친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지난 4월 AI 에이전트 '이루다'를 보유한 스캐터랩에 15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진행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앞서 올해 1월에는 '에이닷'에 오래된 정보를 기억해 대화에 활용할 수 있는 '장기기억' 기술과 사진·텍스트 등 복합적인 정보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 서비스를 장착했다.

이와 함께 한국어 GPT-3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챗GPT와 같은 챗봇 모델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KT는 지난해 11월 공개한 생성형 AI '믿음'을 바탕으로 AI 보이스 스튜디오를 고도화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KT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엔터프라이즈 사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만큼 개인 대상 서비스보다 산업계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수단으로 '믿음'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LG그룹 AI연구원에서 개발한 엑사원과 AI전문기업 등 파트너사에서 개발한 기술을 자사의 서비스에 접목해 스포츠 승부 예측과 소상공인 대상 콜봇 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업스테이지가 카카오톡에 이어 최근 일본 라인에도 론칭한 대화형 챗봇 '아숙업(AskUp)'. 사진=업스테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업스테이지가 카카오톡에 이어 최근 일본 라인에도 론칭한 대화형 챗봇 '아숙업(AskUp)'. 사진=업스테이지

◇ AI 전문 스타트업, 생성형 AI에 세밀함 더한다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AI 연구에는 스타트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세밀함을 더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는 자체 AI의 파인튜닝(미세조정) 기술을 통해 대기업과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스타트업의 장점은 굉장히 빠른 실행력"이라며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의 장점은 분명하기에 필요한 부분은 협업하면서 AI 시장을 같이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스테이지는 자체 AI 챗봇 '아숙업(AskUp)'으로 기업과 개인 이용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아숙업'은 최신 정보를 개인화해 정보의 정확도를 높인 특징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문서 입력 도구인 '다큐먼트 AI팩'과 개인화된 추천 챗봇인 '아숙업 서제스트'를 출시했다.

SK텔레콤이 지분투자를 단행한 스캐터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스캐터랩에 150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스캐터랩은 2020년 AI 버추얼 챗봇 '이루다'의 첫 출시 이후 지난해 2.0 버전을 내놓은 바 있다. 스캐터랩은 이루다를 운영하며 쌓아온 '자연스러운 대화', '감정을 부르는 대화', '인간다운 대화' 등 대화 법칙이 적용된 감성대화 기술을 바탕으로 SK텔레콤과 협업하고 있다.

양사는 사람처럼 감성을 나누고 공감해주는 감성 영역과 방대한 지식 데이터 확보 및 학습·평가 과정을 거쳐 높은 수준의 지식 영역이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초거대 언어 모델(LLM)을 개발하기로 했다.

대기업과 협업하는 것 외에 자체 서비스를 내놓는 스타트업도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 엔진 개발에 총력을 쏟는다면, 스타트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기업과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간단한 키워드만으로 글을 작성할 수 있는 AI 카피라이팅 서비스를 만든 뤼튼테크놀로지나 AI 자기소개서 생성 서비스를 내놓은 잡브레인, 얼굴사진 한 장으로 3분 안에 AI 아바타를 만들어주는 라이언로켓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이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올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생성형 AI 관련 글로벌 스타트업 250개 중 한국 기업은 3개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국가들 중 13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보고서는 생성형 AI가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초·원천기술 연구를 강화하고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정부 지원 사업은 '사람중심 인공지능 핵심원천기술개발'(498억원), '한국어 대형 언어모델 기술개발'(30억원), '차세대 인공지능 핵심원천기술개발'(50억원) 등이다.

여기에 데이터 구축과 개방, 윤리·신뢰성 확보, 인재 양성 등 산업 생태계를 확보하고 미래 위험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