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31일 청문회를 거쳐 SK텔레콤의 28㎓ 주파수를 종료했다. 이보다 앞서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31일 같은 주파수의 할당이 취소됐다.
통신 3사가 모두 28㎓ 주파수를 포기하면서 과기정통부는 이달 중 신규 사업자 공고를 내고 새로운 사업자에게 최소 1개의 28㎓ 주파수를 맡기기로 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28㎓ 주파수를 할당받을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의 유력 후보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화시스템과 세종텔레콤, 스타링크 등이 제4 이동통신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제4 이동통신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간통신사업자는 영국 위성인터넷 기업 윈앱과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추진을 위한 협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은 제4 이동통신과 관련해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화시스템은 1990년대 후반 한화정보통신 시절 퀄컴과 개인휴대통신(PCS) 휴대폰 제조·판매에 관한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통신시장에 진출한 적이 있다. 다만 당시와 달리 현재는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신규 기술에 대한 요구도 높은 만큼 신규 사업자로 진출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역시 제4 이동통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스타링크는 지난달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한국 서비스 시작에 나섰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의 자회사로 저궤도 위성통신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업링크(지구국에서 위성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통신로) 주파수로 28㎓ 주파수를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만큼 28㎓ 기지국 구축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데 무리가 없다.
다만 위성통신을 기반으로 한 스페이스X와 제4 이동통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 진출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스페이스X는 설비 미보유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해 위성통신 기반 인터넷 서비스 제공이 주요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제4 이동통신에 도전했던 세종텔레콤의 재도전 가능성도 보인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지난 3월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암묵적인 카르텔로 제4 이동통신사의 시장 진입이 어렵다"며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시장에 들어올 때처럼 '비대칭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세종텔레콤은 2015년 제4 이동통신사 선정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퀀텀모바일·K모바일 등과 참여했으나 세 회사 모두 기준에 미달해 탈락했다. 당시 세종텔레콤은 통신서비스 제공 경험의 전문성을 인정받았으나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제시해 부정적 평가를 얻었다.
세종텔레콤은 미래창조과학부가 향후 신규사업자 허가 정책을 유지할 경우 이번 사업권 허가 심사에서 지적된 문제들을 보완하고 재정비해 사업권 획득에 재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통신시장이 달라진데다 28㎓ 주파수의 특성상 막대한 초기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세종텔레콤의 재도전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통신업계에서는 28㎓ 주파수 사업자를 찾는 것보다 사업모델을 마련하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8㎓ 주파수는 기존 3.5㎓보다 대역폭이 넓고 속도가 빠르지만, 전파 도달 거리가 짧고 투과성이 낮아 도심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기존 주파수와 같은 형태로 활용하기는 어렵고 스마트 팩토리나 핫스폿 등에 사용해야 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기지국 1만5000개 구축은 투자 대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게 통신사 측 판단이다. 신규 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주파수 구매와 장비 투자 등 수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회수할 수 있는 사업모델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4 이동통신 참여를 검토 중인 기업에도 신규 사업의 비전을 보여줘야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질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막대한 투자 대비 수익 보전이 쉽지 않은데 참여할 기업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