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넷플릭스 '더 데이즈' 한국 공개 지연에 "정치적 음모 전혀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소재 드라마…"복잡한 등급심의 때문에 지연"
'F1: 본능의 질주' 시즌5, '더 라스트 댄스'도 심의로 공개 미뤄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데이즈'.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데이즈'. 사진=넷플릭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다룬 드라마 '더 데이즈'가 국내에서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1일 글로벌 공개가 진행됐지만, 국내에서는 13일 현재까지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현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데이즈'는 영화 '링'을 연출한 나카타 히데오가 감독했고 야쿠쇼 코지, 다케노우치 유타카, 코바야시 카오루, 엔도 켄이치 등 일본의 중견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소재로 다룬 8부작 드라마로 공개 이후 해외 평점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는 작품의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 TOP10 사이트에서는 비영어권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플릭스패트롤에서도 드라마 부문 전체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동시 공개를 원칙으로 한 만큼 대부분의 콘텐츠가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에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더 데이즈'는 공개 이후 10일이 넘게 한국에서만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넷플릭스에서 '더 데이스'라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얼마 전까지 광고도 했다. 76개국 정도 되는 나라에서 상위 10위에 올라간 이 드라마는 도쿄전력의 폭발과 그 과정을 담은 드라마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한국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가 넷플릭스 관계자들을 만났던 그 날이 기억난다. 왜 넷플릭스에 이 드라마가 올라오지 않는지에 대해 우리는 한 번 더 짚어봐야 한다"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특히 최근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설 시운전을 시작한 만큼 자칫 드라마가 반일 감정을 고조시킬 수 있어 정부에서 압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 측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전 세계 동시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의 경우도 한국에서 20일 가량 늦게 공개됐다"고 밝혔다.

'더 라스트 댄스' 외에 'F1: 본능의 질주' 시즌5도 한국만 늦게 공개됐고 넷플릭스 TOP10에서 비영어권 14주 연속 10위권 내에 있는 '남부의 여왕' 스페인판도 국내 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부의 여왕' 스페인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는 아니다.

이처럼 공개가 늦어진 이유는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심의 절차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서 정부기관이 콘텐츠 사전심의를 진행하는 나라는 한국과 싱가포르뿐"이라며 "심의 일정이 늦어지는 경우 공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드라마의 경우 복잡한 심의 절차 때문에 국내 서비스가 더 어려운 편이다. 1998년 일본문화 개방 당시 일본 비디오물에 대해서는 TV 방영된 작품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만들어졌다. 역사왜곡이나 높은 표현수위 때문인 점이 그 이유다.

앞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국내 7개 OTT 서비스에 대해 자율 등급 심의 권한을 줬다. 이 같은 자율 심의는 6월 1일부터 시행됐는데 '더 데이즈' 공개일인 6월 1일과 겹친다.

넷플릭스 측은 "자율등급제가 시행됐다고 곧바로 자체 심의를 진행할 수는 없다. 영등위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고 제반준비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본 콘텐츠는 자율등급 심의 대상에서 제외가 돼 자율등급제 시행 이후에도 영등위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또 일본 비디오물은 방송 플랫폼에서 방영이 돼야 하는 만큼 이를 준수하기 위한 절차도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다수의 일본 드라마를 서비스하는 왓챠 관계자도 "일본 드라마는 방송 채널에서 방영이 돼야 OTT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 후 서비스하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일본 드라마의 경우 국외영화로 심의를 진행한 다음 극장 상영 요건을 충족해 OTT 서비스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F1: 본능의 질주' 시즌5나 '더 라스트 댄스'도 한국만 공개가 늦어졌으나 '더 데이즈'는 소재 때문에 유난히 논란이 큰 것 같다"며 "정치적 음모론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조만간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