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액티비전 인수' 두고 FTC와 맞붙은 MS…"승산 높지만, 이제 시작"

글로벌이코노믹

ICT

공유
0

'액티비전 인수' 두고 FTC와 맞붙은 MS…"승산 높지만, 이제 시작"

MS 라이벌 소니와 손잡은 FTC, 되레 '소니 변호인'으로 몰려
FTC와 대결은 시작일 뿐…英 CMA와도 법정 공방 앞둔 MS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대표(왼쪽)와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대표(왼쪽)와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사진=로이터
마이크로소프트(MS)가 IT업계 '세기의 빅딜'로 불리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합병(M&A) 건을 두고 미국 규제 당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정에서 맞붙었다. 5일에 걸친 공판이 마무리된 가운데 MS의 승소 쪽으로 여론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

FTC는 앞서 미국 시각 기준 12일, MS가 687억 달러(약 90조원)를 들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건을 중단하는 내용의 소장을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후 미국 시각 기준 지난 22일과 23일, 26일부터 28일까지 총 5일에 걸쳐 공판이 진행됐다.
양측은 이번 공판에 총력전의 각오로 임했다. MS 측에선 사티아 나델라 대표, 에이미 후드 최고재무책임자(CFO), 필 스펜서 게임사업부 대표, 맷 부티 엑스박스(Xbox) 스튜디오 대표에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바비 코틱 대표까지 양사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FTC 측에선 MS 법무팀의 12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20명의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짐 라이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소니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짐 라이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소니 공식 유튜브

22·23일 열린 '전반전'은 MS가 낙승을 거뒀다는 평을 받고 있다. MS 측 변호사는 1일차에 짐 라이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 대표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발표 후 "그들(MS)의 조치는 독과점을 위한 플레이는 아니며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한 이메일을 공개했다.

소니IE는 MS Xbox의 대항마인 플레이스테이션(PS) 운영사인 '콘솔 게임 라이벌'로서 그간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앞장서 반대해온 업체다.

2일 차에는 MS가 2020년 9월 75억 달러(약 10조원)를 들여 인수한 제니맥스 미디어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FTC 측은 MS가 제니맥스 산하 대형 게임사 베데스다 소프트웍스 미디어의 IP를 독과점하려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MS는 제니맥스를 인수하기 전 계약이 마무리된 '데스루프', '고스트와이어 도쿄'를 반례로 들며 "소니의 독과점 전략에 맞서기 위한 인수였다"고 반박했다. 두 게임은 2021년, 2022년 실제로 PS 12개월 독점작으로 출시됐다.

MS가 2020년 9월 제니맥스 미디어 인수를 발표하며 공개한 공식 이미지. 제니맥스 미디어의 대표적인 게임 자회사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의 게임 IP들과 그 외 자회사들의 로고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MS이미지 확대보기
MS가 2020년 9월 제니맥스 미디어 인수를 발표하며 공개한 공식 이미지. 제니맥스 미디어의 대표적인 게임 자회사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의 게임 IP들과 그 외 자회사들의 로고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MS

26일부터 28일까지 벌어진 후반전은 백중세로 평가받았다. 우선 26일과 27일 공판은 FTC와 MS 측이 각각 섭외한 경제학 전문가들 사이의 논쟁이 주를 이뤘다.

게임 전문지 트윅타운(TweakTown)의 데릭 스트릭랜드 기자는 공판장에 참석해 트위터로 이를 중계하며 "FTC는 MS 측 경제학자 데니스 칼튼의 주장을 집중 공격했고, 칼튼도 이를 일부 수용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칼튼의 주장은 FTC 측 경제학자 로빈 리의 보고서의 허점을 공격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평했다.

FTC 측의 참고인 짐 라이언 소니IE 대표의 영상 메시지도 공개됐다. 그는 "베데스다의 차기작 '엘더스크롤 6'는 PS에 출시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MS 측을 공격했으나, 한편으로는 베데스다의 9월 출시 예정작 '스타필드'에 대해 "Xbox 독점작으로 나온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반경쟁적 행위까진 아니라고 본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공판 마지막 날, FTC는 필 스펜서 대표가 2021년 11월 "향후 제니맥스 게임 IP를 Xbox가 독점해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것을 폭로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공판 막판에 FTC 측 변호사가 콘솔 시장에 대해 발언하던 중 재클린 콜리 판사가 "우리는 소니의 피해가 아닌 소비자들의 피해에 대해 논해야 한다"고 경고해 찬물이 끼얹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 로고(아래)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대표작들의 이미지. 왼쪽부터 '콜 오브 듀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캔디크러쉬사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로소프트 로고(아래)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대표작들의 이미지. 왼쪽부터 '콜 오브 듀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캔디크러쉬사가'. 사진=로이터

5일간의 공판이 끝나고 재판부에서 판결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대체로 공판에서 MS가 판정승을 거뒀다고 보고 있다.

게임 전문지 이매진게임네트웍스(IGN)는 "전문가들에게 이번 공판에 대해 질의한 결과, 대체로 MS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폴 타시 게임 전문 칼럼니스트는 "FTC는 재판장에서 소비자를 뒤로하고 소니를 변호했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MS는 이번 FTC와의 소송전 승패 여부와 무관하게 규제기관들과의 법정 다툼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앞서 영국 경쟁·시장관리국(CMA) 또한 올 4월 이번 인수를 불허, MS는 영국 법원에 항소를 제기해 이달 말 본격적인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다. FTC도 이번 소송에 앞서 지난해 12월, 이번 인수를 완료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행정 법원 소송을 걸어뒀다.

로이터통신은 "MS와 FTC의 소송전이 MS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해도 FTC는 8월 행정법 판결을 위한 심리에 참여하며, 연방 항소법원이라는 다음 카드도 있다"며 이번 인수전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