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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문화, 세계에도 먹힌다…게임으로 재탄생하는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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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문화, 세계에도 먹힌다…게임으로 재탄생하는 조선

넥슨, 게임 그래픽 기술 시연 영상으로 '괴물 호랑이와 착호갑사' 구현
'아침의 나라'부터 '눈마새'까지…"익숙하면서도 생소한 판타지 구현"

넥슨의 기술 시연 영상 '프로젝트V' 갈무리. 총통과 환도로 무장한 '착호갑사'들이 괴수화한 호랑이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담았다. 사진=넥슨 민트로켓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넥슨의 기술 시연 영상 '프로젝트V' 갈무리. 총통과 환도로 무장한 '착호갑사'들이 괴수화한 호랑이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담았다. 사진=넥슨 민트로켓 공식 유튜브 채널
국내 게임사들이 잇달아 조선 등 옛 한국에서 모티브를 딴 게임들을 선보인다. 업계인들은 우리만의 문화를 재조명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넘어 실제 게임 콘텐츠로서의 실효성, 나아가 세계 시장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게임계의 '큰형님' 넥슨은 최근 사내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의 공식 유튜브에 가칭 '프로젝트V'란 제목의 영상를 게재했다. 민트로켓은 '매출을 노리는 대작보다는 재미에 초점을 맞춘 게임' 개발을 목표로 지난해 5월 공식 출범했다.
최신 게임 개발 툴 언리얼 엔진 5로 제작된 약 5분 길이의 이 영상은 괴수화된 호랑이와 이를 환도, 월도, 총통 등을 활용해 사냥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는데, 조선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호랑이 사냥 특수 부대 '착호갑사'를 모티브로 했다.

넥슨 측은 해당 영상에 관해 "민트로켓 내 비주얼 기술 R&D(연구 개발)를 전담하는 연구실 설립을 공식적으로 알리며 선보인 일종의 테크 데모(기술 시연 영상)"이라며 "국내에서 시도되는 것인 만큼 영상의 주제를 우리의 문화, 조선으로 하면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의 유튜브 댓글은 호평 일색이다. "갑옷의 질감이나 부피감, 고증을 너무 잘 살렸다", "착호갑사 분위기가 넘친다"는 등 영상미에 대한 반응은 물론 "외국의 역사적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 게임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가능성을 엿보게 돼 기쁘다"며 기획 의도 자체를 칭찬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프로젝트V' 영상 속에서 괴수화한 호랑이가 착호갑사를 공격하려는 장면. 사진=넥슨 민트로켓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프로젝트V' 영상 속에서 괴수화한 호랑이가 착호갑사를 공격하려는 장면. 사진=넥슨 민트로켓 공식 유튜브 채널


최근 국내 게임계에선 이와 같이 조선시대의 문화나 설화, 전설 등을 3D 그래픽 게임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펄어비스의 MMORPG '검은사막'에 올 3월 업데이트된 신규 월드 '아침의 나라'다.

아침의 나라에는 실제 한국의 지형지물과 조선의 초대 왕 태조, 실제 선박 판옥선 등 실제 역사는 물론 손각시, 구미호, 두억시니, 창귀 등 민간설화 속 이야기들을 테마로 한 콘텐츠가 대거 포함됐으며, 이에 발맞춰 '전우치'와 '구미호'를 모티브로 한 신규 직업 '우사'와 '매구' 등이 함께 출시됐다.

검은사막 외에도 펄어비스는 지난 2021년, 차기작 '도깨비'로도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한옥과 솟대 등 한국적 배경을 담고 있던 '도깨비' 예고 영상은 당시 독일 게임스컴에서 예고 영상이 공개된 후 유튜브에서 이틀만에 450만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기대작으로 급부상했다.

김재희 검은사막 총괄 프로듀서(PD)는 '아침의 나라' 기획 의도에 관해 "조선시대 테마가 국내 젊은 게이머들에겐 익숙하면서 생소함을, 해외 게이머들에겐 전혀 경험하지 못한 '판타지'와 같은 새로움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넥슨 '프로젝트V' 영상에서도 한 네티즌은 "요즘 검은사막 덕에 한국 배경의 참 맛을 알았는데, 이렇게 한국 전통 요소를 다루는 게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MORPG '검은사막' 속 월드 '아침의 나라' 공식 이미지. 사진=펄어비스이미지 확대보기
MMORPG '검은사막' 속 월드 '아침의 나라' 공식 이미지. 사진=펄어비스

주요 게임사들의 차기작 중에선 엔씨소프트(NC)의 프로젝트E(가칭) 또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NC가 2022년 2월 5개의 차기작 중 하나로 공개한 이 게임에는 탈을 쓰고 굿을 하는 모습, 갓을 쓰고 환도를 휘두르는 선비 등의 모습을 담았다.

프로젝트E의 시네마틱 예고 영상은 유튜브에서 지난 1년 동안 5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분위기 대박", "다크한 조선 느낌의 게임이 꼭 나와줬으면" 등의 호평을 받았다.

3D 게임 외에도 최근 출시된 수집형 게임들에도 한국형 캐릭터들이 여럿 출시됐다. 카카오게임즈의 1월 신작 '에버소울'의 캐릭터 '순이'는 거북선을 모티브로 한 정령이다. 넷마블이 이달 9일 출시한 '그랜드크로스: 에이지 오브 타이탄'에도 해모수, 범 등 한국형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한다.

한국형 판타지 소설의 대부 이영도의 대표작으로 도깨비, 두억시니 등 한국적 요소가 녹아든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눈마새)' 역시 게임으로 제작되고 있다. 크래프톤에서 개발을 맡은 이 게임은 국내가 아닌 프랑스 대형 게임사 유비소프트 출신의 유명 개발자 패트릭 메테가 개발을 지휘하게 돼 큰 화제가 됐다.

메테 PD는 올 5월 게임 전문지 '유로 게이머'와의 인터뷰에서 "획기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세계관에 담긴 한국 고유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크래프톤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독창적 콘텐츠와 기억에 남는 경험을 선사하는 멋진 IP가 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