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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셧다운제 '유명무실'…과몰입 게이머 오히려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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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셧다운제 '유명무실'…과몰입 게이머 오히려 증가

英 요크대 , 유니티 기반 연구결과 발표
규제 도입 후 '과몰입 게이머' 14%↑
'금주법'처럼 반발 심리 불러

중국이 2019년 11월 도입한 게임 셧다운제가 오히려 과몰입 게이머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영국 요크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했다. 사진=프리픽(Freepik)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2019년 11월 도입한 게임 셧다운제가 오히려 과몰입 게이머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영국 요크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했다. 사진=프리픽(Freepik)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있는 것일까. 국내에선 약 10년 동안 존속했던 '강제 셧다운제'가 2년 전 이미 폐지됐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게임 과몰입(중독)을 막기 위해 중국의 셧다운제를 본받아야 한다"며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국은 2019년 11월 들어 18세 미만 청소년들이 평일에는 1시간 30분, 휴일에 3시간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셧다운제를 발표했다. 2021년 9월에는 이를 평일 전면 금지, 금요일과 휴일에는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 동안만 게임을 할 수 있는 내용의 '강력 셧다운제'로 강화했다.
영국의 요크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중국 게임 시간 제한 정책이 비디오 게임 산업 영역에 있어 과몰입을 줄였다는 증거는 없다(No evidence that Chinese playtime mandates reduced heavy gaming in one segment of the video games industry)'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학술 전문지 네이처에 게재된 이 논문에 따르면 요크대 연구진은 게임 엔진 개발사 유니티 테크놀로지에게 2019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의 이용자 데이터를 제공받아 중국 게이머들의 이용 행태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자국의 드몽포트 대학, 런던 퀸 메리 대학과 덴마크 IT 코펜하겐 대학 등의 연구자들과 협업했다.
중국의 텐센트를 상징하는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 유니티로 개발됐으며 한국의 국민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과 흡사한 그래픽, 게임 플레이 방식을 갖고 있다. 사진=텐센트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텐센트를 상징하는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 유니티로 개발됐으며 한국의 국민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과 흡사한 그래픽, 게임 플레이 방식을 갖고 있다. 사진=텐센트

논문에 따르면 중국의 2019년 11월 셧다운제 도입 이전에 비해 규제 도입 이후 과몰입(Heavy) 게이머의 수가 이전 대비 오히려 14% 증가했다. 연구진이 정의한 과몰입 게이머는 일주일에 6일 이상, 1일 4시간 이상 게임을 이용한 이들이다.

구체적으로 전체 게이머 중 과몰입 게이머의 비중은 2019년 8월부터 10월까지는 0.77%,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0.88%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또 "무작위로 추출한 1만명의 개별 게이머들의 이용 지표를 분석해봐도 규제 도입이 각 게이머의 이용 시간 감소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진은 해당 데이터가 △유니티 엔진 기반 게임 이용 데이터에 국한된다는 점 △개별 게이머들이 청소년인지 아닌지 연령대는 구분하지 못했다는 점 등의 한계점을 제시하며 "이번 연구는 규제가 실제 게임 이용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시사할 뿐, 청소년들의 실질적인 이용 행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니티 엔진은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게임 개발 툴 중 하나로, 세계 모바일 게임 중 70%가 유니티 기반 게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바일 게임은 중국 정부가 가장 집중적으로 규제하는 분야이긴 하나, PC 게임 역시 중국에서 적지 않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규제 도입 후 과몰입 게이머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기호품에 대한 규제가 이용자들의 반발 심리, 규제 회피를 불러온 것"이라며 "금주법, 도박 금지령, 담배 금지법 등이 오히려 불법 행위의 증가로 이어진 여러 사례들과 일맥상통한다"고 추측했다.

연구진은 "우리의 논문은 청소년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한 '하향식 게임 규제'에 실효성이 없을 수 있으며 정책에 보다 근본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연구자들이 한국의 셧다운제 폐지, 유럽의 루트박스(확률형 아이템) 규제 도입 등 비슷한 분야에 있어서도 디지털 데이터 추적 기반 대규모 연구를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