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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진을 쳤습니다"…빗썸, 점유율 늘리기 위해 수익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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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진을 쳤습니다"…빗썸, 점유율 늘리기 위해 수익 포기

빗썸이 일부 암호화폐의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한 후 앱 내 체류시간과 앱 신규 설치 건수가 증가하자 모든 암호화폐 수수료를 무료화하는 배수진을 쳤다. 당장 수익을 포기하고 이용자 수를 늘리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우선시하는 전략이다. 사진=빗썸이미지 확대보기
빗썸이 일부 암호화폐의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한 후 앱 내 체류시간과 앱 신규 설치 건수가 증가하자 모든 암호화폐 수수료를 무료화하는 배수진을 쳤다. 당장 수익을 포기하고 이용자 수를 늘리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우선시하는 전략이다. 사진=빗썸
빗썸이 전체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수수료를 무료화하는 파격 정책을 내놓았다. 빗썸은 4일, 원화 마켓 241종과 비트코인(BTC) 마켓 24종 등 총 265종에 대한 수수료를 완전 면제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면제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빗썸 관계자는 "한두 달 만에 유료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더 이상 점유율이 낮아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배수진을 친 만큼 그 보다는 길게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빗썸의 이 같은 수수료 무료 정책은 가히 파격적이다. 빗썸의 암호화폐 거래수수료는 0.04~0.25% 수준이다. 그리고 사실상 거래수수료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시장 상황히 녹록치 않아 거래량이 확 줄어든 상황에서 거래수수료 무료 카드를 내놓은 것은 그만큼 절실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 업비트가 서비스를 론칭한 2017년 10월 전까지, 그리고 2018년 초까지만 해도 국내 1위 거래소는 빗썸이었다. 하지만 당시 10종이 안 되는 주요 코인만을 지원했던 빗썸과 달리 업비트는 론칭 당시부터 세계적인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렉스(Bittrex)와 독점 제휴해 110종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했다. 이 시기에 암호화폐는 연일 급등하는 '불장'이었고, 비트코인보다는 알트코인의 상승률이 엄청났기에 신규 암호화폐를 다수 보유한 업비트의 매출은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빗썸도 업비트처럼 거래지원 마켓 수를 늘려나갔지만 한 번 불 붙은 업비트의 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갔고 이후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총 5개의 원화마켓 지원 거래소 중 업비트와 빗썸을 투톱으로, 그리고 다른 3곳(코인원, 코빗, 고팍스)를 중소 거래소로 보는 이른바 '2강3약'이었다면 이제는 점유율 80%가 넘는 업비트를 필두로 한 '1강4약'으로 시장이 바뀌었다.
결국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절박감이 빗썸 수익을 포기하는 배수진으로 이어진 셈이다.

빗썸은 지난 6월에는 비트코인(BTC) 마켓의 수수료를 무료화했다. 매주 10종씩 무료화해 총 40종의 코인 수수료를 무료로 전환했다.

실제 빗썸의 이 같은 정책은 이용자 증가에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었다. 지난 8월 8일 빗썸은 일부 암호화폐 수수료 무료 정책 시행 이후의 빗썸 앱 총 사용 평균 시간과 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각 20% 가까이 늘어났으며 '앱 신규 설치' 건수도 전주 대비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빗썸은 원화마켓 코인까지 완전 무료화해 우선 이용자 수를 늘리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빗썸의 배수진을 두고 "현재 업비트에 집중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면서 "하나는 공정위가 개입해 독점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인데 아직 공정위에서 암호화폐 시장을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때문에 이를 통한 점유율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다른 하나가 빗썸 스스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방법인데 국내에서는 일반 개인투자자 중심인데다 해외 거래소처롬 래버리지 높은 파생상품 거래를 지원하지 않아 뾰족한 방법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가장 확실하지만 스스로에게도 치명적인 방법을 꺼낸 듯하다"고 평가했다.

빗썸의 이 배수진은 성공을 하더라도 빗썸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2021년 11월부터 시작된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혹한기)가 어느덧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거래량과 수수료 수입도 급전직하했기 때문이다. 결국 앞서 벌어둔 돈으로 버티는 상황인데 상승장이 오기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면 빗썸의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물론 수수료 수입을 포기하는 만큼 얼마간의 손실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대신 그 동안 단지 수수료를 무료로 하는데 그치지 않고 UX/UI를 개선하거나 다른 매력적인 이벤트를 개최하고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고객 유치를 계속 이어간다면 이후 상승장이 도래할 때 늘어난 고객의 이용률이 마중물이 되어 점유율과 수수료 수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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