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개발사 분사·해외 투자…'IP 홀더'로 변신하는 크래프톤

글로벌이코노믹

ICT

공유
0

개발사 분사·해외 투자…'IP 홀더'로 변신하는 크래프톤

'독립 스튜디오' 2년 동안 일곱 곳 추가
본사는 게임 IP 확보·퍼블리싱에 집중

크래프톤의 게임 IP들과 로고. 왼쪽 위부터 '펍지: 배틀그라운드', '서브노티카', '프로젝트 윈드리스(가칭)'와 '디펜스 더비'. 사진=크래프톤, 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크래프톤의 게임 IP들과 로고. 왼쪽 위부터 '펍지: 배틀그라운드', '서브노티카', '프로젝트 윈드리스(가칭)'와 '디펜스 더비'. 사진=크래프톤, 이원용 기자
크래프톤이 개발사 신설, 분사 등 조직 개편에 박차를 가한다. 국내외 개발사 투자를 통해 IP를 대거 확보하는 한 편, 본사는 게임 IP 관리와 글로벌 퍼블리싱을 전담하는 'IP 홀더'로 거듭날 계획이다.

최근 크래프톤은 사내 개발 자회사로 '플라이웨이게임즈'를 새로 설립했다. 이 법인은 회사 내에서 일선 직원들이 신작 게임 프로젝트를 제안하고자 할 경우 이를 초기 검증하고 개발, 소프트 론칭까지 지원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플라이웨이게임즈는 크래프톤의 열 두 번째 '독립 스튜디오'다. 독립 스튜디오란 본사의 경영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게임 개발을 진행하는 자회사를 일컫는다.

크래프톤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일곱 개 독립 스튜디오를 새로이 선보였다. 플라이웨이 외에도 올해 AI(인공지능) 퍼즐 게임 개발을 맡는 렐루게임즈를 분사했으며, 캐나다에선 '눈물을 마시는 새' IP 기반 AAA급 게임을 만들 개발사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를 신설했다.
이 외 네 개 업체는 모두 지분 투자를 통해 인수된 업체들이다. 한국의 5민랩도 있으나 언노운 월즈, 네온 자이언트, 벡터 노스 등 세 곳은 모두 해외 법인이다.

자회사 편입 외에도 지분 투자와 IP 배급권을 동시 확보하는 '세컨드 파티' 파트너도 대거 늘리고 있다. 올 들어 미국의 플레이긱, 가든스 인터랙티브와 스튜디오 사이, 유럽의 피플캔플라이 그룹, 한국의 퍼니스톱과 바운더리 등 여섯 개 업체의 지분과 IP 배급권한을 동시에 확보했다. 개발사 외에도 앱스토어 원스토어에도 투자, IP를 배급할 플랫폼에도 영향력을 높였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 사진=크래프톤이미지 확대보기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의 변화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예고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올 초 "세계적 경제 침체로 어려운 상황이 도래했으나 이는 효율적 조직을 구성하기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강력한 게임 IP를 확보·확장한다는 우리의 비전을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이어진 지속적인 독립 스튜디오 확보 역시 'IP 확보·확장'이란 비전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올 8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본사 검수를 통과한 프로젝트를 별도 자회사에서 개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게임을 보다 빨리 '타석'에 세우고 실질적으로 검증, 더욱 많은 글로벌 IP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라고 언급했다.

렐루 게임즈·플라이웨이게임즈 등을 분사한 크래프톤은 이후에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에 관한 문의에 크래프톤 측은 "정확한 시점이나 대상 조직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당사 내 일부 조직을 분리하는 방안을 지속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IP를 보유한 모회사, 개발을 전담하는 자회사로 이원화하는 구조는 국내보단 해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태다. 본사는 콘솔기기 제작과 IP 배급에 집중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와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 스튜디오, 락스타 게임즈·2K 등을 산하에 거느린 테이크 투 인터랙티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업계인들의 반응은 엇갈리는 편이다. "국내 게임사들의 '검증된 시스템'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칭찬해야 한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는 반면 "신생 대기업에 들어온 직원들이 분사로 인해 갑자기 스타트업으로 옮겨진다면 당황하지 않겠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크래프톤 측은 "조직 분리는 각 조직의 상황과 특성에 적합한 방식을 심사숙고하며 점진적으로 진행해나갈 계획"이라며 "창조성 확장(Scale up the Creative), IP 퍼블리셔로서 전문성 확대란 전략적 방향을 확고히 하고 크래프톤의 존재 가치를 집중하는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