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바크 스튜디오는 올 10월 26일 더 파이널스 공개 베타 테스트(OBT)를 개시했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과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들을 상대로 한 이번 OBT는 오는 11월 9일까지 2주에 걸쳐 진행된다.
더 파이널스는 이용자 3인이 한 팀을 구성, 다수 이용자들이 마지막 한 팀이 남을 때까지 겨루는 배틀로얄 슈팅 게임이다.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인기 게임 '에이펙스 레전드'와 유사한 포맷이나 특유의 '캐시아웃'이란 모드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캐시아웃이란 직역하면 '현금 인출'로, 더 파이널스의 목적은 특정 시간까지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다. 전사한 이용자는 단지 돈을 잃을 뿐 곧바로 전장에 참여할 수 있다. 기존의 슈팅 게임들이 전투 중 전사하면 그대로 게임에서 배제되는 '데스 매치'인 것과 차별화된 포인트다.
이러한 특징에 힘입어 더 파이널스는 한 게임에 총 네 팀, 12인의 이용자만으로 플레이가 진행된다. '배틀그라운드'의 100명, 에이펙스 레전드의 60명에 비해 훨씬 적은 수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지형지물과의 상호작용, 날렵함·보통·육중함 등 3개로 나눠진 역할군과 이에 따른 차별화된 게임성 등도 중요한 차별점으로 꼽힌다.
포브스의 e스포츠 전문 마이크 스텁스(Mike Stubbs) 기자는 "더 파이널스의 포맷은 아주 독창적이진 않지만 매우 차별화돼있고, 다양한 교전 변수에 힘입어 매 순간 긴장감을 안겨준다"며 "최근 몇 해 동안 해본 FPS 중 가장 재밌는 게임"이라고 호평했다.
더 파이널스의 성과는 특히 넥슨, 나아가 한국 게임업계에 있어 해외 자회사의 흥행 성공작으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엠바크 스튜디오는 일본 소재 넥슨 본사의 자회사다. 2018년 말 설립될 때부터 넥슨의 투자를 받았던 곳으로, 인수된 시점은 이듬해인 2019년이다.
게임 개발은 서구권 개발사에 의해 이뤄졌지만 '한국 게임'으로서의 콘텐츠도 함께한다. OBT 버전에 공개된 세 전장 중에는 오피스 빌딩 거리를 테마로 한 전장 '서울'이 있다. 넥슨 측은 "더 파이널스의 '서울'은 국내는 물론 해외 게이머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정식 출시 후에도 더 파이널스가 성공을 거둔다면 다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좋은 선례가 될 전망이다. 일례로 크래프톤은 유비소프트 출신의 베테랑 개발자 패트릭 메테를 영입, 캐나다에 지사를 설립하고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 IP 기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2020년 'AAA급 콘솔 게임' 개발을 목표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지사를 설립한 바 있다. 자체적인 개발 지사 설립 외에도 엔씨소프트(NC)는 '길드워' 개발사 아레나넷을, 펄어비스는 '이브 온라인'으로 유명한 CCP를, 넷마블은 잼시티·카밤·스핀엑스 등 여러 해외 게임 개발사를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엠바크 스튜디오의 설립 당시 비전 중 하나는 '신기술을 통해 게임 개발, 플레이 방식 자체를 바꿔놓는 것'이었다. 더 파이널스에 적용된 신기술은 다름 아닌 음성 생성 인공지능(AI)이다. 엠바크 스튜디오에 따르면 '단 몇 시간 안에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는' TTS(Text to Speech) 기술을 통해 게임 속 내레이션, 해설 소리 등을 AI로 제작했다.
생성형 AI의 게임 적용은 그간 업계 내에서 비용 감축, 개발 효율화 등 측면에서 주목받아 왔다. AI 음성 기술에 관해 세계 3대 게임사 중 하나로 꼽히는 텐센트는 올 초 '생성형 AI를 활용한 게임 해설 방송' 관련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러한 '생성형 AI'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일러스트레이터 업계와 서브컬처 게이머들 중심으로 이미지 생성형 AI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은 편이다. 더 파이널스의 AI 음성에 관해서도 이매진게임네트웍스(IGN)에서 '더 파이널스, AI 음성으로 인해 배우·개발자들 비판 직면' 이란 제목으로 보도하는 등 비판이 이뤄지고 있다.
영국 매체 PC게이머에 따르면 엠바크 측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당사는 '성우 없는 게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으며 기존의 성우 녹음 음성 활용도 병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기존의 개발 프로토콜이나 작업 속도로는 적용하기 어려운 맞춤형 음성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협업을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