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화사 AGBO는 최근 에픽게임즈의 도널드 머스터드(Donald Mustard)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를 파트너로 영입했다. 머스터드 CCO는 에픽게임즈의 대표작이자 월 1억명이 접속하는 히트작 '포트나이트' 운영을 진두지휘해 온 게임 전문가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에 따르면 에픽게임즈 역시 AGBO에 투자한 파트너사다. 조 루소 AGBO 공동 대표는 지난해 2월 열린 미국 디자인 혁신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DICE) 컨벤션 행사에서 머스터드 CCO와 함께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로 공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넥슨이 영화 분야에 투자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해외 투자 외에도 한국 지사 넥슨코리아가 영화 배급사 바른손이앤에이(E&A)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장항준 감독이 연출, 바른손E&A가 배급을 맡아 올 4월 개봉한 영화 '리바운드'에 제작 투자사로 함께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 본사 대표는 지난해 6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넥슨의 강점과 AGBO와 같은 파트너들의 역량을 결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 프로젝트로는 '메이플스토리', '던전 앤 파이터(던파)' 등 넥슨 대표 IP를 영상화하는 것, AGBO가 판권을 확보한 IP를 게임 등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넥슨의 이러한 행보는 고(故) 김정주 창립주의 비전 '한국의 디즈니'를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2015년 출판된 자서전 '플레이'를 통해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돈을 내는 콘텐츠들을 갖춘 디즈니가 부럽다"고 언급하는 등 생전 수차례 월트디즈니컴퍼니를 '워너비' 회사로 지목해왔다.
이러한 비전의 일환으로 넥슨은 2020년 들어 이사회를 통해 15억달러 규모의 게임 외 콘텐츠 IP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AGBO 외에도 미국의 완구 전문 업체 해즈브로, 일본의 반다이남코와 세가 등의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미국에서 '넥슨 필름 앤 텔레비전'이란 조직을 신설했다. 이 법인은 과거 디즈니의 기업 전략·사업 개발 수석 이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필름 앤 텔레비전 부문 대표 등을 맡았던 닉 반 다이크(Nick van Dyk)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지휘하고 있다.
AGBO의 이번 행보는 넥슨이 대표이사진을 교체하는 등 대규모 인사 조치를 취하는 중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넥슨 본사는 이달 초,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에게 내년 3월부터 본사 대표 자리를 맡기기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오웬 마호니 현 대표는 이사회 고문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이정헌 대표는 게임과 타 콘텐츠의 융합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정헌 대표는 지난해 넥슨코리아 재임 중 지스타 참석 사전 발표회에서 "모든 종류의 스토리텔링 콘텐츠들은 IP로 연결된다"며 "게임은 물론 영화, TV, 음악까지 다양한 분야별 최고의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IP 확보·확장에 있어 경쟁력이 있는 회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넥슨은 올해 한국에서 '메이플스토리', '테일즈 위버', '던파' 등 출시 15년을 넘긴 기성 인기 IP는 물론 2021년 출시한 '블루 아카이브'까지 총 네 차례의 OST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선보였다. 이 중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파트너사들과 협의를 통해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고 있다.
마호니 대표는 "넥슨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이정헌 대표는 가장 유능하고 성공적인 리더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 대표는 "기존 타이틀의 안정적 운영에 더해 글로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투자를 통해 넥슨의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