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음악 전문 유튜브 채널 원더케이(1theK)에선 걸그룹 '메이브(MAVE:)'의 컴백 예고 영상이 화제가 됐다. 오는 30일 공개될 음원 'What's My Name'의 뮤직비디어를 예고하는 30초 길이 짧은 영상이 게재 사흘 만에 15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박'을 거뒀다.
음악 중심에는 올해 들어 여러 버추얼 아이돌들이 출연해 글로벌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실제 인간 다섯 명과 가상인간 두 명이 소속된 융합형 보이그룹 '슈퍼카인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2022년 데뷔해 지난달 음악 중심에 처음 출연한 이들은 현재 3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메이브와 슈퍼카인드는 유튜브 영상의 주요 댓글들을 살펴보면 80% 이상 네티즌들이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해외 언어로 작성됐다.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플레이브' 역시 한국과 영미권은 물론 중화권,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까지 폭넓은 해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음악 중심에는 출연하지 않았으나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3년 넘게 성공적으로 활동 중인 이들도 적지 않다. 2020년 데뷔한 커버 송 전문 버추얼 가수 '루이'는 유튜브에서 1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토끼의 모습을 한 데뷔 4년차 버추얼 가수 '아뽀키'는 틱톡에서 무려 45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들의 성과는 K팝과 게임이라는 기존 한류의 두 축이 결합하며 낳은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일례로 앞서 언급했던 '메이브' 운영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는 게임사 넷마블이다.
메이브는 물론 플레이브를 비롯한 상당수 버추얼 아이돌의 아바타나 뮤직 비디오 등 콘텐츠 제작에는 3D 그래픽 게임 개발 툴 '언리얼 엔진'이 활용되고 있다.
올 8월 한국 코엑스에서 열린 언리얼 엔진 학술 행사 '언리얼 페스트 2023'에선 플레이브 소속사 블래스트의 이현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연사로 나서 모션 캡처, 3D 애니메이션 등 관련 기술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유튜브는 올 7월 공식 계정에 게재한 '문화·트렌드 보고서 2023' 영상에서 버추얼 K팝을 주요 트렌드로 지목했다. 앞서 언급한 아이돌의 성과를 짚으며 "음악 활동에 콘텐츠 크리에이터,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결합한 '크로스 포맷'이 버추얼 K팝을 통해 탄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산 콘텐츠의 핵심 시장 중 한 곳인 중국 또한 한국 버추얼 아이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 시장 조사 업체 아이리서치(iResearch)에 따르면 중국 내 버추얼 아이돌 소비자 중 78%가 한국·일본의 버추얼 아이돌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서구권 버추얼 아이돌에 관심이 있다 한 이는 32%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버추얼 아이돌이 괄목할 성과를 거둠에 따라 '넥스트 K팝', 나아가 '넥스트 한류'로 바라보는 이들도 점차 생기는 추세"라며 "세계 시장에 눈도장을 찍은 것을 넘어 보다 확고한 글로벌 팬덤을 구축하면서도 기존 콘텐츠 업계와 꾸준히 공존할 수 있느냐가 과제"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