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30일 경기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제7차 민생 토론회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를 주관했다. 이 자리에는 게임 사업 유관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해외의 경우, 게임물 등급을 분류하는 미국의 오락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ESRB)나 일본의 컴퓨터 오락 등급 기구(CERO), 범유럽 게임 정보(PEGI)는 모두 민간 기관이다. 문체부는 이를 고려해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에 맞추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바다이야기'와 같은 카지노성 아케이드 게임의 발호를 막자는 게임위의 당초 설립 취지를 존중해 아케이드 게임이나 웹보드게임 등 사행성 게임을 심의할 권한은 게임위에 남는다. 또 심의된 게임에 대한 사후 관리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세계 표준 존중, 민간 이양 등 취지는 좋으나 실질적인 변화는 적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정부의 취지대로 조치가 이어진다면 상당 부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게임위의 역할을 이어받을 GCRB는 2014년 설립 당시부터 PC·콘솔 게임 심의를 맡기 위해 출범한 기구로 사실상 정부 기관에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김규철 현직 게임위원장은 위원장 취임 전 GCRB의 위원장을 오랜 기간 역임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게임위의 사전 심의 역할을 앱마켓이나 스팀(밸브 코퍼레이션) 등 플랫폼에 이양하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제도가 있어 등급 분류는 기존에도 사실상 민간에 이양돼 있다"며 "사후 관리 권한이 현행 제도와 같다면 업계 차원의 변화는 거의 없는 셈"이라고 평했다.
게임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철우 변호사는 정부 발표에 대해 "등급 분류 거부 취소나 직권 등급 재분류 등 등급 분류 관련 권한 전부를 이양하는 것인지, 이들은 사후 관리의 일부로 남겨둘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는 있다"면서도 "종전의 막연한 자율화 논의에 비해 한 단계 진일보한 방안이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창작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선정성과 폭력성 관련 등급 분류 업무를 전부 민간에 이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게임위는 사행성 관련 심의업무와 규정, 매크로·핵·사설서버·대리 등 악성 이용을 처벌하는 사후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게임 등급 분류 외에도 올 3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게임법 개정안, 이른바 '확률형 아이템 법' 시행에 발맞춰 온라인·모바일 게임 표준 약관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교묘한 확률 표기, 확률 조작 등을 막는 내용과 더불어 게임 출시 초 과금을 유도한 후 서비스를 조기 종료하는 이른바 '먹튀' 운영을 막기 위해 '게임사는 서비스 중단 최소 30일 전에 환불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할 예정이다.
국회에는 이러한 행태를 막기 위해 해외 게임사가 국내 대리인을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문체부는 이에 더해 소비자 기만 행위에 따른 피해를 기업이 제시할 경우, 위법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 이를 인정하도록 해 신속한 피해 구제를 가능케 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병극 문체부 제1차관은 "국내 대리인 지정의 실효성을 위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제도 도입 전까지 시차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모니터링을 통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정부는 게임 이용자 보호만큼이나 게임 산업 육성 또한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현재 논의 중인 게임 산업 진흥 방안은 오는 3월 중 추가로 발표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