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지난 1일 열린 국회 임시회 본회의에선 가상융합산업 진흥법 제정안이 재석 223인 중 218인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은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자에게 조세 감면, 금융 지원, 규제 장벽 완화,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한 전담 기구를 설립하고 지역 별로 메타버스 지원 센터를 지정해야 한다.
'메타버스 진흥법'이 시행된다면 네이버의 '제페토'나 SK텔레콤의 '이프랜드'를 비롯한 IT 기업들의 3D 그래픽 소셜 서비스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간 이들은 기존의 온라인 게임과 차별성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게임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담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의 김대욱 대표가 출석해 제페토 내의 미니 게임 콘텐츠가 게임법의 대상인지에 대한 질의를 받았다.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K-META)는 진흥법의 본회의 통과 직후 "한국 메타버스 산업 진흥을 위해 힘을 모아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발표했다. K-META는 KT가 회장사로, LG U+와 SK텔레콤이 부회장사로, 네이버는 이사사로 가입한 곳이다.
이어 "업계는 합리적 자율 규제 시스템을 구축, 메타버스 이용자 권익 보호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메타버스가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게임 개발자를 비롯한 현장의 IT업계인들은 이번 제정안 통과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 자체가 온라인 게임 등 기존의 3D 콘텐츠와 구분점이 모호하다는 점 때문에 신사업 키워드로선 사실상 사장된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는 '늑장 입법'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소위 메타버스형 온라인 게임들은 이미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다른 부처에서 메타버스를 맡겠다고 나선 형국"이라며 "관계 부처간의 파워 싸움이 불필요한 입법, 나아가 업계에 대한 이중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문체위 국정감사에선 제페토가 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아닌 과기부와 중점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 질의 중에 거론됐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제트가 게임위가 운영하는 게임물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냐는 요청에 김대욱 대표는 "관련 부분에 있어 정부 의견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답변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변호사는 "메타버스가 현존하는 온라인 게임들과 큰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 여러 업계인들과 소비자들의 공통적 견해"라며 "기존의 법적 환경에 익숙한 콘텐츠 개발자들은 새 법안을 역차별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메타버스 진흥법 통과가 자칫 게임법 사행성 규제에 저촉될 수 있는 도박성 게임들이 3D 그래픽 소셜 요소를 도입해 규제를 회피하는 우회로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꺼져가는 신사업의 불씨를 살리려는 시도가 그 이상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시행을 앞두고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