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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위해 USB-C 쓴다더니…애플, 비전 프로에 라이트닝 케이블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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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위해 USB-C 쓴다더니…애플, 비전 프로에 라이트닝 케이블 사용

애플, 2030년까지 탄소 중립 실현 강조
하지만 EU 압력에 아이폰 단자 USB-C로 변경
라이트닝 케이블 퇴출됐지만 비전 프로에 재등장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애플워치는 애플 첫 '탄소 중립' 제품이다. 애플은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의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애플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애플워치는 애플 첫 '탄소 중립' 제품이다. 애플은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의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애플
"애플 최초의 탄소 중립 제품이 된 애플워치를 통해, 우리는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의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에서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우리는 소재, 청정 에너지, 저탄소 운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해 탄소 배출량을 상당량 줄여나가고 있고, 그럼에도 남아 있는 소량의 배출량까지 상쇄하기 위해 다양한 자연 기반 프로젝트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기다려 주지 않기에, 우리 역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글이다. 애플은 위 내용처럼 환경을 생각해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청정 에너지로 바꿔가고 있고 친환경을 위한 패키지 간소화, 프로모션 영상 제작 등 친환경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거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헛발질'로 인해 애플의 친환경을 위한 노력은 폄하되고 있다. 이번 비전 프로에서도 애플의 '탄소 중립'을 둘러싼 양면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월 2일부터 정식 판매된 애플의 비전 프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월 2일부터 정식 판매된 애플의 비전 프로. 사진=로이터


애플은 지난달 19일부터 비전 프로의 사전 예약 판매를 개시했다. 본 판매가 2월 2일부터지만 이미 사전 예약 판매수량만 20만대를 돌파했다. 비전 프로의 판매가는 256GB 모델 기준 3499달러(약 467만원), 512GB 모델은 3699달러(약 494만원), 1TB(테라바이트) 모델은 3899달러(약 520만원)다. 이 세 모델의 평균가격과 20만대를 곱하면 벌써 매출 1조원을 거둔 셈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VR·AR)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제품이 출시되자 비전 프로 케이블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애플 기기에서 완전히 퇴출된 줄 알았던 라이트닝 케이블이 애플 비전 프로의 배터리팩 연결용 전원 케이블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전보다 더 큰 독자규격 라이트닝 케이블이었다.

확인된 비전 프로의 전원 케이블은 커넥터가 외부로 노출돼 있던 라이트닝 케이블과 유사하게 생겼지만 보다 큰 12핀 규격이다. 이전 라이트닝 케이블은 8핀 규격이다.

애플의 비전 프로에서 발견된 라이트닝 케이블(왼쪽). 기존 8핀 라이트닝 케이블보다 커졌다. 무엇보다 친환경을 위해 아이폰의 케이블을 USB-C로 바꿨다고 하고서는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신제품에 슬며시 독자 규격 케이블을 다시 꺼내놓았다. 사진=레이 옹 더 인버스 부편집장 SNS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의 비전 프로에서 발견된 라이트닝 케이블(왼쪽). 기존 8핀 라이트닝 케이블보다 커졌다. 무엇보다 친환경을 위해 아이폰의 케이블을 USB-C로 바꿨다고 하고서는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신제품에 슬며시 독자 규격 케이블을 다시 꺼내놓았다. 사진=레이 옹 더 인버스 부편집장 SNS


그간 애플은 여러 전자기기의 표준 규격으로 사용되고 있는 USB-C타입 케이블 대신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 케이블만을 고집해왔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고, 업계에서는 불필요한 케이블 추가 지출을 야기, 전자폐기물을 증가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애플의 행보에 제동을 건 곳은 유럽연합(EU)이다. 지난 2021년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충전기 표준화 법안을 확정지었다. 이 때문에 애플은 유럽에서 아이폰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USB-C 충전 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고, 아이폰 15부터 USB-C 단자로 교체됐다. 그러자 진정 친환경을 위한다면 일찌감치 케이블 규격 통일에 동참해야 했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갑작스레 케이블과 단자를 교체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렇게 애플 기기에서 라이트닝 케이블과 단자가 완전히 퇴출되나 했지만 느닷없이 비전 프로에서 부활했다. 이에 외신 '더 버지'는 "애플의 비전 프로 배터리 팩은 라이트닝 케이블의 마지막 보스를 숨기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