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를 묘사하는 말로 흔히 '관계 단절의 시대'라는 말이 통용된다. 산업이 선진화될수록 직원 개개인의 창의성, 고객 개개인에게 특화된 서비스 등이 중시되고 이는 사회의 탈집단주의, 개인주의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20년대 전후 코로나19의 창궐은 이러한 관계 단절, 개인주의화를 더욱 가속시켰다.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13일 국내 미디어를 상대로 첫 기자회견을 가진 나이언틱의 존 행키(John Hanke) 대표는 회사의 핵심 비전으로 이러한 '관계 단절의 시대'를 해소하는 것을 제시했다.
관계 단절에 관해 존 행키 대표는 미국 보건사회복지부 연방의무총감을 맡고 있는 비벡 머티(Vivek Murthy) 연방공공보건서비스부대 중장의 발언을 인용했다. 머티 의무총감은 지난해 5월 발표한 공식 보고서를 통해 "고립감, 외로움은 미국 성인 중 절반이 겪고 있는 전염병과 같은 증상"이라며 "하루에 15개피의 담배를 피우는 것 만큼 해롭다"고 발표했다.
행키 대표는 이와 더불어 "1970년대만 해도 청소년 중 50% 가까운 이들이 야외활동을 즐겼지만 지금은 그 수치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스크린을 부여잡고 있는 아이들을 바깥 세상으로 끌어내 사회 전반의 고립을 해결하는 것은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나이언틱은 위치 기반 증강현실(AR) 기술을 바탕으로 '포켓몬 고', '몬스터 헌터 나우' 등 게임을 개발해왔다. 행키 대표는 "소셜 미디어와 더불어 온라인 게임 역시 우리 사회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며 "나이언틱은 IT 기술을 활용, 이러한 사회 현상과 트렌드를 거꾸로 뒤집어 사람들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을 핵심 비전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켓몬 고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가족 게임으로 꼽힌다. 나이언틱은 세대, 국경의 장벽을 허물고 누구나 함께 하는 게임 축제를 목표로 '포켓몬 고 사파리 존', '시티 사파리'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한국 서울에서도 지난해 10월 '포켓몬 고 시티 사파리' 행사가 열렸으며 최근에는 대만 타이난에서 이달 9일과 10일 시티 사파리 행사가 열렸다.
존 행키 대표는 "최근 대만에서 열린 행사는 3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가족 단위로 행사를 즐기는 이들,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각국에서 제각기 다른 성별, 나이의 사람들이 모인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며 "한국에서 지난해 열린 행사도 3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러한 교류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핵심 비전 외에도 2024년의 단기적 목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존 행키 대표는 현재 회사의 대표작인 '포켓몬 고'나 '몬스터 헌터(몬헌) 나우', AR 기술 발전 등을 거론했다.
'몬헌 나우'는 나이언틱이 '몬헌' 원작사 캡콤과 협력 개발해 작년 9월 서비스를 개시한 게임이다. '몬헌' 자체가 '포켓몬' 시리즈에 비해 게임 마니아층을 위한 게임인 만큼 '몬헌 나우' 역시 '포켓몬 고'에 비해 높은 연령대의 코어 게이머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행키 대표는 "2024년에 있어 제1의 주요 현안은 '몬헌 나우'로, 지금까지 이용자들의 호응을 바탕으로 라이브 행사 등을 통해 이용자 경험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며 "장기간 인기를 끄는 포켓몬 고에 대한 투자 확대 역시 중요한 목표로 보고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한국 시장에 관해서 "한국에서만 포켓몬 고 관련 7개의 커뮤니티가 있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로컬 기반 행사와 이용자 소통을 병행, 올해 안에 커뮤니티의 수치를 2배인 14개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몬헌 나우의 뒤를 이을 주요 신작에 대해선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IP는 있으나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기술 발전에 대해선 회사의 핵심 기술인 위치 기반 AR 기술의 강화를 들었다. 행키 대표는 "우리 기술의 근간인 AR 매핑(Mapping) 기술을 통해 작년까지 약 10만개에 이르는 지역을 지도화했다"며 "올해 안에 이를 100만개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스마트폰은 물론 AR 안경, 헤드셋까지 여러 하드웨어에서의 경험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행키 대표가 마지막으로 제시한 목표는 회사의 핵심 비전과 연결되는 '스트레스와 행복'이었다. 그는 "IT 산업에 30년 가까이 머무르다 보니 어느새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것을 보며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이언틱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는 낮추고 행복감은 높이는 서비스를 게임을 통해 제공하고자 한다"며 "부모와 자식, 조부모와 손주, 친구와 친구, 나아가 다양한 경계를 허물고 관계를 구축하는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