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3N의 일원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NC)는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제히 대표이사진 개편에 나선다. 카카오게임즈와 컴투스, 데브시스터즈 역시 새로운 대표를 내정했다. 위메이드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장현국 현 대표가 돌발 사임, 박관호 이사회 의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반면 다른 게임사들은 대체로 2022년 대비 부진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넷마블과 컴투스, 위메이드, 데브시스터즈는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대표 교체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노리는 게임사들은 대부분 자회사 정리, 희망 퇴직 등 구조 조정을 통해 경영 효율화에 착수했다.
엔씨소프트(NC)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동 대표 체제를 구성했다. 김택진 창업주와 함께할 공동 대표로 변호사 출신 박병무 사외이사를 낙점했다. 개발 실무를 맡아온 이성구·백승욱·최문영 이사 3인을 공동 최고비즈니스책임자로 선임하는 한편 금융 AI 조직 '금융비즈센터', 개발 자회사 엔트리브 등을 정리했다.
넷마블의 방준혁 이사회 의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작년부터 이어져 온 위기를 올해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식·도기욱 각자 대표 중 도 대표를 대신해 법무·전략 기획 분야 전문가 김병규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또 넷마블에프앤씨 산하에서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를 개발하던 메타버스월드를 법인 종료 조치했다.
컴투스는 지난해 말 자회사 '컴투버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브시스터즈 또한 같은 해 11월 임직원 희망 퇴직 프로그램, 비용 통제 등을 골자로 한 '비상 경영' 체제를 공식 선언했다. 두 회사는 각각 남재관 부사장, 조길현 스튜디오킹덤(데브시스터즈 자회사) 대표를 새로운 대표로 내정했다.
게임사들의 대표 교체가 대부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위메이드는 지난 14일, 장현국 대표가 돌연 사임하고 12년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있던 박관호 이사회 의장이 대표로 복귀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장 대표가 급작스럽게 사임한 이유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사법 리스크가 원인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제기됐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현재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거래소 '피닉스 덱스', 지갑 서비스 '플레이 월렛' 등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고 운영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위메이드 측은 "사법 리스크와는 관련된 결정이 아니며, 장현국 대표는 부회장으로 직위를 바꿔 회사에 남아 박관호 회장 겸 대표이사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위메이드 외에도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게임사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넥슨은 올 초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거 게임 운영 상 확률형 아이템 관련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16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자, 이에 대해 법원에 시정 명령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나섰다.
또 넥슨의 미공개 신작 게임 관련 자료를 반출, 개발에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게임 '다크 앤 다커'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와도 법정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NC는 지난달 22일, 정식 서비스를 5일 앞두고 있던 카카오게임즈 신작 '롬(ROM)'이 NC의 '리니지W'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카카오게임즈와 롬 개발사 레드랩게임즈를 고소했다. NC는 2023년에도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의 '리니지2M'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감원, 프로젝트 취소가 이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게임계 위기론'이 번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 같이 어려운 시기인 만큼 리더십 교체나 구조 조정, 회사 간 분쟁 등의 소식도 당분간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