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업계가 오랜 숙원이었던 '서구권 콘솔 게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국산 게임들의 글로벌 성과가 가시화된 가운데 정부 또한 지원 정책으로 뒤를 받친다.
서울 종로 소재 정부서울청사에선 1일 오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국무조정실,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협의해 마련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 5개년(2024년~2028년) 계획안이 논의, 발표됐다.
이 계획안은 2022년 기준 매출 22조원, 수출액 90억달러(약 12조원)를 기록 중인 한국 게임 산업 규모를 2028년까지 매출 30조원, 수출액 120억달러(약 16조원)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3대 주요 전략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규제 혁신', '산업 저변 확대'가 명시됐다.
문체부는 수출액 증대를 위해 특별히 콘솔 게임 산업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업체들의 노하우 공유, 인디 게임 지원 정책 강화 등 폭넓게 다양화를 추구한다. 아울러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 등 콘솔 3사를 위시한 해외 기업과도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회의 개최에 앞서 문체부는 4월 30일 사전 브리핑을 진행했다. 전병극 문체부 제1차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 게임 업계가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토대로 눈부신 성장을 이어왔으나 특정 플랫폼과 장르에 편중된 산업 구조 형성으로 이어진 것도 사실"이라며 "지속적 성장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고 게임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진흥책을 마련했다"고 전략 수립 의도를 밝혔다.
한국 게임업계에 서구권 공략은 오랜 기간 '숙원 사업'으로 꼽혀왔다. 자연히 서구권의 주류 시장인 콘솔 플랫폼을 향한 도전도 지속됐으나, 온라인 게임에 방점이 찍힌 국산 게임들이 해외 콘솔 플랫폼에서도 성과를 거둔 사례는 손에 꼽혔다.
2020년도 들어서는 이러한 흐름이 바뀌는 추세다. 단순히 멀티 플랫폼 전략을 취하는 것을 넘어 기획 단계부터 콘솔 시장을 노린 패키지 게임들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해외 AAA급 게임 개발사들 상당수가 개발 비용 문제에 부딪혀 주춤하는 현상 등이 맞물려 서구권 게이머들도 국산 게임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두고 경쟁한 네오위즈의 3D 그래픽 하드코어 액션 게임 'P의 거짓', 넥슨의 2D 그래픽 해양 어드벤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가 대표적인 사례다. 두 게임 모두 짜임새 있는 게임 디자인과 특색 있는 세계관, 그래픽으로 국내외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두 게임 모두 해외 유력 시상식에서 수차례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가운데 데이브 더 다이버는 5대 게임 시상식으로 꼽히는 영국 영화·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BAFTA) 시상식에서 게임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P의 거짓은 인터넷 비즈니스계 오스카상으로 꼽히는 '웨비 어워드' 게임 부문에서 액션·어드벤처, 아트 디렉션, 음향·사운드 등 3개 부문 인기상(People's Voice Winner)을 수상했다.
올해에는 시프트업이 개발한 3D 액션 어드벤처 '스텔라 블레이드'가 좋은 흐름을 이어받았다. 출시 전부터 국산 게임 중 처음으로 소니와 세컨드 파티(독점 배급) 계약을 체결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26일 출시 직후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브라질 등 세계 각국에서 플레이스테이션(PS) 스토어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흥행 기대감을 높였다.
앞으로도 여러 게임들이 앞선 성공의 뒤를 받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넥슨은 데이브 더 다이버 이후로도 오리지널 IP '퍼스트 디센던트'와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 '던전 앤 파이터' IP를 활용한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마비노기 영웅전' IP를 활용한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까지 다각도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펄어비스가 2019년 첫 공개한 이래 오랜 기간 준비 중인 오픈월드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 또한 대표적인 기대작이다. 지난해 11월 지스타에서 공개된 엔씨소프트(NC)의 오픈월드 슈팅 게임 'LLL(가칭)',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 등도 콘솔 시장 성과 기대감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개발 역량으로만 따지면 국산 게임이 세계 무대에서 'GOTY(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며 "최근 여러 게임들이 해외 시장의 물꼬를 튼 만큼 세계 시장에서 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는 국산 게임이 탄생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문체부는 이러한 주요 게임사들의 해외 시장 개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소니·MS·닌텐도와의 협력으로 서구권 주요 시장 진출을 돕는다. 이 외에도 중국 시장 공략의 걸림돌 판호(출판심사번호) 문제 해결, 중동·인도 등 미래 시장 개척 등도 병행할 방침이다.
중소 게임사들의 콘솔·패키지 게임 개발 환경 또한 개선한다. 선도 기업들이 노하우를 전할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 상생 협력형 창업 지원 사업 등을 발굴할 계획이다. 국내외 플랫폼과 인플루언서 등과 협업해 국산 게임만을 위한 가칭 'K-게임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시스템도 마련한다.
전병극 문체부 차관은 "게임 산업에 있어 세계적으로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우리 게임업계가 기존의 강점에 더해 콘솔 게임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세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