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를 통해 국회의원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한 일명 'SIM 하이재킹' 사건으로 일본이 떠들썩하다. 지난 4월에 이어 5월, 채 한 달도 되지 않는 간격으로 사건이 일어났지만 정작 휴대폰 개통의 주체인 소프트뱅크는 묵묵부답이다. 소프트뱅크가 신분 확인 절차에 소홀하게 대응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명의 도용의 피해자는 유타카 가자마 도쿄도 의회 의원과 마쓰다 노리유키 자민당 의원이다. 각각 4월 18일, 5월 2일 휴대폰의 서비스 연결이 끊기는 현상이 포착되면서 명의 도용 개통을 알게 됐다.
마쓰다 노리유키 의원 역시 나고야에 위치한 소프트뱅크 대리점에서 도난 명의로 휴대폰이 개통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범인은 위조 마이넘버(신분증) 카드로 유심을 구입하고 5만 엔(약 43만원), 12만 엔(약 105만원)을 결제한 것이 확인됐다. 이렇게 범행을 저지른 후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범인은 대담하게도 롤렉스 매장에서 225만 엔(약 1978만원) 상당의 브랜드 시계를 추가로 구매했다. 마쓰다 의원의 총 피해액은 242만 엔(약 2130만원)에 이른다.
일본 국회의원의 경우 생년월일 등의 개인 신상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돼 있어 종종 범죄의 타깃이 되곤 한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개통 시 소프트뱅크 대리점이 신분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건이 커졌다. 소프트뱅크 측은 잇따른 명의 도용 사건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 홈페이지 어디에도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별도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도 일부 중소 매체에서만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일본 정부 역시 'SIM 하이재킹' 사건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일본 누리꾼들은 스스로 범죄를 조심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SNS상에서 "SIM 하이재킹으로 쇼핑을 하고 다니다니, 너무 무섭다. 기종 변경한 새 단말기에서 비밀번호 없이 새로운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가게의 본인 확인이 허술한 것 외에도 소프트뱅크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소프트뱅크만 마이넘버 카드 위조 피해라니, 도둑놈들일지도 모르겠다. 소프트뱅크 하면 개인정보 유출이 대표적이고…걱정된다"는 등 불안한 목소리가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위정현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시민연대 준비위원장은 "일본 정부는 소프트뱅크에서 일어난 개인정보 도용 사건과 NTT니시일본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는 무대응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러면서 라인 야후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에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이는 명백한 '차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기업인 네이버를 자국 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고의성 다분한 조치"라며 형평성에 어긋난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 비난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