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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통신 시장 포화에 '신사업 발굴' 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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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통신 시장 포화에 '신사업 발굴' 열중

AI 중심 데이터센터·반도체·LLM 등 사업 진출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 통해 '경쟁력' 확보 나서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 '신중함'도 필요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모습. 사진=SK텔레콤이미지 확대보기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모습. 사진=SK텔레콤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며 성장의 벽과 마주했다. 사업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이통 3사는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을 위해 활발하게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AI(인공지능), UAM, 메타버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가지를 뻗고 있으나 섣부른 시장 진출은 손해를 안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비통신 영역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메인 사업인 '통신' 부문의 성장이 정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5G 시대가 열리면서 이통 3사의 무선 매출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왔으나 지난해부터 눈에 띄는 둔화세를 기록해 앞으로의 전망이 어둡다는 분석이다.
지난 1분기 이동통신 부문 실적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SK텔레콤 1.4%, KT 1.9%, LG유플러스가 1.3% 증가를 기록하며 이통 3사 모두 1% 성장대에 머물렀다.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2022년부터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앞으로의 시장 전망에 불안함을 더한다.

과거 LTE 시절 4만원대를 기록하던 ARPU는 올해 2만원 후반~3만원 초반대를 오가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 창구'가 절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이통 3사는 AI를 비롯해 UAM(도심항공모빌리티),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메타버스 등 공격적인 신사업 확장에 돌입했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 비서 에이닷. 사진=SK텔레콤이미지 확대보기
SK텔레콤의 인공지능 비서 에이닷.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은 단연 AI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제 AI 관련주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SK텔레콤의 AI 역량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AI 컴퍼니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텔코(통신) 특화 LLM(거대언어모델) 사업 △엑스칼리버 AI 솔루션 등을 선보이며 연내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자체개발 AI 비서 에이닷을 활용한 유용한 서비스들도 사용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통화녹음과 요약, 텍스트 기록 등을 비롯해 실시간 통역콜까지 제공하며 AI의 기능을 십분 발휘하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빅테크, 통신사들과 손잡고 AI 시장 선점에 대한 발판을 차근차근 마련하고 있다. 올해 초 열린 MWC 2024에서 도이치텔레콤, 이앤그룹, 싱텔그룹, 스포트뱅크 등 글로벌 통신사와 '글로벌 텔코 얼라이언스(GTAA)'를 결성하고 통신사 특화 LLM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KT의 '목소리 인증' 서비스가 공공기관 최초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적용됐다. 사진=KT이미지 확대보기
KT의 '목소리 인증' 서비스가 공공기관 최초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적용됐다. 사진=KT
KT 역시 AI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타 신사업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AICT(AI+ICT) 회사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은 김영섭 대표의 혁신 비전 아래 △한국형 AI △클라우드 △IT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AI 챗봇을 비롯해 콜센터나 보이스봇을 통한 목소리 본인 인증 솔루션도 눈길을 끈다. 지난달 16 건강보험공단에 적용된 KT의 목소리 인증 서비스는 이통 3사 중 공공기관 최초로 도입된 AI 서비스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도 눈에 띈다. KT는 지난 3일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MS 본사에서 AI·클라우드·정보기술(IT) 분야의 긴밀한 협력을 위해 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를 통해 AI와 클라우드 분야 공동 연구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며, 투자 협력의 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AI 기술을 결합한 콘텐츠 제작 및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KT는 자사의 미디어 밸류체인에 AI 기술을 접목해 TV로 콘텐츠를 선보이는 모든 과정에 AI 기술 역량을 적극 활용 중이다. 드라마 흥행성을 예측하거나 오래된 영상의 화질을 높이는 '업스케일링', 영화 및 드라마의 포스터를 자동으로 제작하는 등 K-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AI 기술로 만든 광고. 사진=LG유플러스이미지 확대보기
LG유플러스가 AI 기술로 만든 광고.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그로쓰 리딩 AX 컴퍼니(Growth Leading AX Company, AI 전환으로 고객의 성장을 이끄는 회사)라는 브랜드 새 슬로건을 공개하고 AI 개발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LG유플러스의 AI 전략은 자체 AI 기술인 익시와 6월 말 공개 예정인 생성형 AI '익시젠(ixi-GEN)'을 중심으로 한다.

AI를 활용한 세로형 릴스(숏폼 동영상) 제작 플랫폼 출시와 광고에 필요한 문구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AI 카피라이터, 프롬프터(명령어) 입력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AI 월페이퍼 서비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지난 11일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와의 협업을 발표하며 AI 사업 강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개해 보다 적극적으로 AI 시장 공략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통 3사가 신사업 발굴을 통해 차세대 먹거리를 발견하겠다는 의도는 좋으나 신중함이 부재한 섣부른 투자는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경쟁사의 파이를 빼앗아오는 것 외엔 이렇다 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 없다. 신사업 발굴로 성장세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는 좋으나 시류나 분위기에 휩쓸려 섣부른 투자를 감행하면 오히려 손해만 커질 수 있으니 신중한 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