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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옮 업체가 뭐야?"…암표 대신 '아이디 옮기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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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옮 업체가 뭐야?"…암표 대신 '아이디 옮기기' 기승

암표 막자 법망 피해 '아이디 옮기기' 불법 횡행
실패 사례에 대한 '환불'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불법 근절에 대한 정부·공연업계 방안 고민

지난 2018년 KBO 리그 암표 판매 단속 현장.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8년 KBO 리그 암표 판매 단속 현장. 사진=뉴시스
티켓에 프리미엄을 붙여 더욱 비싸게 판매하는 '암표 거래' 단속을 위해 공연 현장에서 본인 확인이 더욱 철저해지고 있다. 예매자와 티켓 수령자의 신원이 일치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한 경우가 생기며 이젠 암표 판매 대신 '아이디 옮기기', 일명 '아옮'이 성행하는 모습이다.

23일 공연 업계에 따르면 아옮 서비스를 이용해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아옮이란 '아이디 옮기기'의 준말로 A 계정으로 예매한 표를 B 계정으로 옮겨 재예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이는 티켓 예매를 친구, 지인 등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 뒤 좋은 자리를 예매했을 때, 다시 본인의 아이디로 표를 재예매 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티켓을 수령한 뒤 친구에게 재전달 받을 수도 있지만 '현장 수령'만 가능한 경우 티켓 예매 당사자가 아닐 시 티켓을 수령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티켓에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암표 거래를 예방하기 위해 공연 기획사 등에서 '본인 확인'을 더욱 철저히 하면서 생겨난 서비스다.

그렇다고 암표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대신 '아이디 옮기기' 업체가 등장하며 간절한 팬들의 마음을 이용해 불법적인 수익을 취하는 업체 혹은 개인이 늘어난 것. 다만 100%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서비스기 때문에 간혹 '실패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옮 실패 시 돈을 환불해 주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비용 일체를 환불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서비스를 진행하는 업체도 있다.

예를 들어 암표 판매자 A에게 프리미엄이 붙은 티켓을 구매한 뒤 B 아옮 업체를 이용해 C의 아이디로 옮기다 표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일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A는 일단 표를 판매해서 불법적인 수익을 취득했다. B 역시 아옮에 필요한 서비스 이용료를 받았다. 그러나 C는 프리미엄 표에 대한 가격과 서비스 이용료를 모두 지불했지만 정작 티켓을 얻지 못해 낭패를 보게 된다.

X(옛 트위터) 내 아옮 업체 일부. 사진=홈페이지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X(옛 트위터) 내 아옮 업체 일부. 사진=홈페이지 캡처

이 중 프리미엄이 높게 붙는 좋은 자리의 경우 아옮 업체가 작정하고 중간에 표를 가로채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런 다음 아이디 옮기기에 실패했다고 통보한 뒤 다른 계정으로 표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아예 아옮을 시도조차 안 하고 중간에서 비용만 갈취하는 사례는 민사소송 등을 통해 비용을 돌려받기도 한다. 하지만 중간에 표를 가로채는 경우는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팬들 중에는 "암표 거래와 아옮 모두 이용하지 말아야 피해를 입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깨끗한 소비문화를 권장하고 있으나, 공연을 보고 싶은 욕구가 커 불법 서비스에 손을 대는 모습이다.

X(옛 트위터)에만 해도 아옮 업체 및 개인 계정이 300개를 넘을 정도로 해당 서비스의 공급과 수요가 넘치는 상황. 공연 업계 내 만연한 암표 단속을 위해 정부가 지난 3월 22일부터 공연법 개정안을 통해 '암표 판매'를 금지 시켰지만 정작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불법 업체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며 법망을 피해 가고 있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업계 관계자는 "본인만 티켓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오히려 불법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주최 측이 전부 모니터링 하기에는 인력의 한계가 명확하므로 정부와 공연 기획사, 예매처 모두가 암표 등 불법 근절을 위해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암표, 아옮 등의 불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려는 팬들의 인식 개선과 노력도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