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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렐루게임즈, "'AI 게임' 불모지 개척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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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렐루게임즈, "'AI 게임' 불모지 개척하겠다"

B급 감성 '마법소녀 루루팡' 성공 예감했다
AI 환각 현상, 오히려 '추리 게임'과 맞아 떨어져
AI 게임 전망

크래프톤 산하의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렐루게임즈'는 'AI와 게임의 융합'을 내세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회사다. AI 음성 인식 기반의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하 마법소녀 루루핑)'과 오픈 AI의 챗GPT4-o를 탑재한 추리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건'을 차례로 선보였다.

마법소녀 루루핑은 '화제성'에서, 언커버 더 스모킹건은 '게임성'에서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B급 감성을 내세운 마법소녀 루루핑은 유저가 스스로 '항마력'을 시험하는 마법 주문을 외쳐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스트리머'들의 많은 주목이 쏟아졌다.
언커버 더 스모킹건은 AI와의 대화를 통해 사건을 파헤치고 진범을 찾는 진행 방식의 추리 게임이다. 기존의 선택지가 정해진 게임과는 달리 자유로운 심문으로 범인을 찾을 수 있어 추리 게임 마니아 사이에서 '색다르다'라는 평이 잇따른다.

지난달 27일, 렐루게임즈를 방문해 김민정 대표와 신승용 CTO를 만나 두 게임의 개발 비화 및 제작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김민정 대표 "마법소녀 루루핑, 성공 예감했다"

김민정 렐루게임즈 대표. 사진=편슬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김민정 렐루게임즈 대표. 사진=편슬기 기자

"마법소녀 루루핑은 보자마자 '아 얘는 날개 달고 날아가겠다'라는 예감이 들었다. 단순 데모나 무료로 내놓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김민정 렐루게임즈 대표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마법소녀 루루핑은 출시 직후 '병맛 게임'으로 입소문을 타며 유저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5월 23일 스팀을 통해 얼리억세스로 공개된 마법소녀 루루핑은 AI 기반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 마법 주문을 외워 적을 물리치는 '마법소녀' 게임이다. 게임에 사용된 일러스트 역시 생성형 AI로 만들어졌다.

다만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목소리를 과하게 사용하다 보니 '통증'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에 김민정 대표는 "힘든 게 맞다"며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에피소드 하나를 마치기 위해 최소 18회에서 30회까지 주문을 외쳐야 하는데, 사내에서도 마법소녀 루루핑의 테스트 플레이를 진행하며 유저들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김민정 대표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주문 밀도를 낮추고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상상하지 못했던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준비돼 있다. 코드로만 초대가 가능했던 기존의 PvP 시스템도 개편 예정에 있다. 마법소녀 루루핑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핵심 주제'를 충실하게 잘 살리면서, '연내 정식 출시'까지 차근차근 업데이트해 나갈 예정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다. 재밌는 게임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언커버 더 스모킹건 AI의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 의도

신승용 렐루게임즈 CTO. 사진=편슬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신승용 렐루게임즈 CTO. 사진=편슬기 기자

​LLM(거대언어모델)에 있어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꼽히는 것이 바로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이다. AI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거짓 답변을 내놓는 걸 뜻하는데, 오히려 렐루게임즈는 이를 의도해서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신승용 CTO는 "기본적으로 사지선다 선택지가 제공되는 추리게임과 달리 AI가 실제로 거짓을 말할 수도 있고 진실을 말할 수도 있는 상황을 예상해서 만든 게 맞다. AI의 '환각 현상'과 어울리는 게임 장르가 추리라고 생각했다. 게임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도 하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이 게임의 묘미라고 할수 있다. 게임을 기획한 PD가 의도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언커버 더 스모킹건을 플레이하는 도중, 용의선상에 오른 AI들이 유저의 질문에 대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렵게끔 답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AI가 주는 정보를 선별해서 소위 '취사선택'을 잘 해야 범죄에 사용된 도구, 이유 등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놀라운 것은 게임에 탑재된 챗GPT4-o를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실제로 적용하는 데까지 단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신승용 CTO는 "그전에 쓰던 모델은 챗GPT3.5터보였다. 챗GPT4는 있었지만 쓰지 않고 있었다. GPT4보다 4-o를 사용하기로 최종 결정한 이유는 4에 비해 성능은 약간 떨어지지만 반응 속도적인 측면에서 빨랐다"며 모델을 바꾸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 이정표가 존재하지 않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좌측부터) 신승용 렐루게임즈 CTO, 김민정 렐루게임즈 대표. 사진=편슬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좌측부터) 신승용 렐루게임즈 CTO, 김민정 렐루게임즈 대표. 사진=편슬기 기자

김민정 대표와 신승용 CTO는 AI와 게임을 융합한 새로운 산업인 만큼 이정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렐루게임즈는 '누구나 게임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방향을 택했다.

김민정 대표는 "신기술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두 사람만으로는 어렵다. 이에 '누구든,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전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 검증 과정을 거치고, 안 되는 것들은 폐기하고, 다시 비슷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게임이 만들어진다. 쉽지는 않지만 문화적으로 정착시키려 노력 중이고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만큼 이들의 공감대가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출시한 '마법소녀 루루핑'과 '언커버 더 스모킹건'의 반응이 좋지만 렐루게임즈가 바라보는 AI 게임의 전망은 쉽지 않다. AI 게임 부문에 있어 렐루게임즈는 현재 '개척자', '선구자'의 입장이지만 새롭고 신선한 것이 화제를 일으키고 유명해지는 것과 즉각적인 사업적 성과로 이어지는 건 별개의 문제기 때문이다.

김 대표 역시 그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흥행이 성과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해결해야 하는 일종의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분명한 건 비용이 따르더라도 이 길을 계속 가고 싶은 마음이고, 조직이 자생 가능한 상태를 만들어서 갈 수 있다면 베스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김 대표는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며 믿음을 잃지 않고 게임을 계속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신 CTO는 게임과 AI의 융합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다른 새로운 게임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