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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겜알못'이 봐도 '브라바!'…'우마무스메: 새로운 시대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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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겜알못'이 봐도 '브라바!'…'우마무스메: 새로운 시대의 문'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메가박스 독점 상영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예고 영상 갈무리. 사진=사이게임즈 픽처스이미지 확대보기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예고 영상 갈무리. 사진=사이게임즈 픽처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2020년도 일본에서 가장 성공적인 신규 IP로 손꼽힌다. '실존 경주마들을 미소녀로 의인화한다'는 콘셉트에 육성 요소, 아이돌물 등의 테마를 결합해 3년 넘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콘텐츠 시장은 통상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잦다. '우마무스메' 역시 자연히 3기에 걸쳐 TV 애니메이션이 제작됐으며 올 5월에는 드디어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이 개봉했다.

우마무스메 열풍은 한국에서도 여전하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를 맡은 국내 버전은 2022년 6월 서비스를 개시,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1위에 올랐다. 이에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약 2개월 시차를 두고 7월 11일 국내 개봉했다. 지난 6월 경기도 광명 IVEX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내 서비스 2주년 기념 행사에서도 '새로운 시대의 문' 관련 마케팅이 이뤄졌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예고 영상에 등장한 '정글 포켓'. 사진=사이게임즈 픽처스이미지 확대보기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예고 영상에 등장한 '정글 포켓'. 사진=사이게임즈 픽처스
애니메이션은 메가박스 코엑스점 MX4D 관에서 시청했다. 원작 게임을 초반부 '찍먹'만 해봐서 사실상 '겜알못(게임을 알지 못함)'인 상태로 시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영화로서 높은 완성도에 감명을 받았다.

'새로운 시대의 문'의 주인공은 '정글 포켓'이다. 정글 포켓의 원본마는 새천년 첫 해인 2001년 '일본 더비'와 국제 경마 대회 '재팬 컵' 1위를 석권, 일본중앙경마회(JRA)에서 2001년을 대표하는 말로 선정했던 명마다.

우마무스메로서의 '정글 포켓'은 최강이 되겠다는 승부욕과 투쟁심으로 가득찬 열혈 소녀로 묘사된다. 원본마가 우승 직후 장내가 떠나갈 정도로 울부짖는 모습을 반영, 우승할 때마다 양 주먹을 움켜쥐고 고함치는 모습은 옛 애니메이션 속 '열혈 캐릭터'들을 떠올리게 했다.

'새로운 시대의 문'에 등장한 후지 키세키(왼쪽)과 키세키·정글 포켓을 담당한 트레이너. 사진=사이게임즈 픽처스이미지 확대보기
'새로운 시대의 문'에 등장한 후지 키세키(왼쪽)과 키세키·정글 포켓을 담당한 트레이너. 사진=사이게임즈 픽처스

게임의 핵심 조연으로는 원작 게임에도 이미 등장한 '후지 키세키'와 '아그네스 타키온'이 함께 한다 . 키세키는 원본마부터가 정글 포켓과 같은 마주, 조교사 아래에 있었다. 이는 후지 키세키가 경주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동경하는 마음을 품은 정글 포켓이 키세키와 같은 트레이너 아래의 '후배'로 들어가는 내용으로 각색된다.

키세키는 당초 큰 기대를 받았으나, 메이저 무대에 오르지 못한 채 은퇴했으며 자신이 못 이룬 꿈을 포켓에게 부탁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 역시 마주와 조교사가 키세키의 이른 은퇴로 인한 아쉬움을 정글 포켓이 풀어주길 기대했다는 일화를 반영한 이야기다.

아그네스 타키온의 역할은 라이벌이다. 원본마가 2001년 라디오 탄파배 3세, 사츠키상에서 정글 포켓을 꺾고 1위를 차지했던 모습은 극장판에서도 충실하게 구현된다. 게임에서 엿볼 수 있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미친 과학자)'로서의 면모도 강하게 부각돼 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타키온이 사츠키상 이후 갑작스럽게 은퇴하자, 정글 포켓은 강한 라이벌을 보며 불태웠던 승부욕을 잃고 방황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특히 마지막에 포켓이 재팬 컵을 제패한 모습을 보면서 부상으로 인한 은퇴도 잊고 "다시 달리고 싶다"며 각성하는 모습까지 그려져 사실상 제2의 주인공에 가까운 비중을 받았다.

'새로운 시대의 문'에 등장한 아그네스 타키온의 모습. 사진=사이게임즈 픽처스이미지 확대보기
'새로운 시대의 문'에 등장한 아그네스 타키온의 모습. 사진=사이게임즈 픽처스

키세키와 타키온 외에도 포켓과 비슷한 시기 활약한 '맨하탄 카페', '단츠 플레임' 등도 비중 있는 조연으로 함께하며 '티엠 오페라 오', '나리타 탑 로드' 등도 모습을 드러낸다. 이 외에도 수많은 원작 게임 속 우마무스메들이 카메오로 출연해 원작 팬들에겐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원작 게임을 그렇게 잘 알고 들어간 것은 아니었음에도 애니메이션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앞서 언급한 서사 구조도 적절했고 좋은 화질과 연출, 박진감 넘치는 경주 씬 모두 훌륭했다. MX4D관의 4D 연출 역시 경주 특유의 '박진감'을 살리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워낙 몰입감이 좋았다 보니 극 중 경주가 끝나고 '브라바(Brava, 브라보의 여성형 표현)'라는 말이 나올 때, 영화관의 매너도 잊고 '브라바'를 따라 외칠 뻔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예고 영상 갈무리. 사진=사이게임즈 픽처스이미지 확대보기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예고 영상 갈무리. 사진=사이게임즈 픽처스

국내판 기준 현지화 시차로 인해 게임과의 연계성이 다소 약해진 것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일본 현지 극장판의 경우 개봉 시점에 맞춰 '정글 포켓'이 신규 육성 캐릭터로 출시됬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연계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일본 서브컬처 씬 특유의 마케팅 전략이 게임을 향한 관심으로 끌어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판의 경우 게임은 일본버전 대비 약 1년 4개월 뒤에 출시된 반면, 극장판은 2개월 수차를 두고 개봉해 '정글 포켓'이 출시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개인적으론 핵심 주연이었던 후지 키세키와 아그네스 타키온, 특히 타키온이 상당한 매력을 선보인 만큼 '만약 한다면 타키온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은 사이게임즈 픽처스에서 제작, 도호에서 배급을 맡았다. 국내 수입사는 애니플러스이며 메가박스에서 독점 상영하고 있다. 상영 등급은 전체 관람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