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콘텐츠 노선 확장을 꾀하고 있다. 기존의 오리지널 영화 및 드라마 외에 2025년까지 총 9개의 예능 라인업을 공개하며 시청자 공략을 세분화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예능' 콘텐츠 강화 행보가 티빙의 추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티빙이 KBO 미디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데 이어 웨이브와의 합병을 앞두면서 넷플릭스의 뒤를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는 지금까지의 라인업 공개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 보통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하나의 타이틀을 메인으로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라인업을 선보일 때도 다수의 타이틀과 간략한 설명만을 곁들이기 마련인데, 이번 넷플릭스 예능 페스티벌에서는 각 타이틀의 진두지휘를 맡은 8명의 PD들이 행사에 참여해 콘텐츠 기획 의도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최근 콘텐츠 업계에서는 촬영 기간이 길고 비용도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영화·드라마에 비해 '예능'이 각광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 비용으로 효과적인 시청자 유입이 가능해 '가성비' 높은 전략으로 꼽히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높은 제작비를 통해 색다른 볼거리를 안기는 예능 콘텐츠도 존재하지만 예능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웃음'이다. 시청자의 정서를 읽고 유머 코드를 맞출 수 있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예능' 콘텐츠가 지닌 강점이다.
이와 유사한 이유로 넷플릭스 역시 '예능'에 주력하기로 한 것은 아니냐는 의견도 있으나 넷플릭스는 "단순히 항간에서 말하듯 제작비나 효율적인 측면인 이유로 '예능' 콘텐츠 확장을 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가 있듯 예능을 선호하는 시청자도 있기 마련이기에 보다 '다양한 시청자'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한 행보라는 설명이다.
다만 넷플릭스가 적극적으로 콘텐츠 확장에 나선 이유에는 티빙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티빙이 올해 초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KBO 뉴미디어 중계권을 확보하며 넷플릭스의 뒤를 맹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야구의 개막과 함께 티빙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큰 폭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4월을 기점으로 706만명을 돌파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토종 OTT 1위였던 '쿠팡플레이'를 제쳤다. 지난 6월에는 740만명을 기록, 당시 MAU가 1096만명이던 넷플릭스와의 차이를 356만명으로 줄였다. 이는 양사 간 MAU 역대 최소치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염두에 둔다면 넷플릭스와 티빙 간의 격차는 더욱 크게 좁혀질 전망이다. 단순 합산 MAU 수치만 놓고 본다면 웨이브의 432만명을 더해 최대 1170만명이 된다.
중복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증권가에서는 지상파 위주인 웨이브와의 가입자 중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양사 합병을 통해 티빙이 약 1100만명의 이용자 수를 달성한다면 넷플릭스와 대등해지는 셈이다.
권남훈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지속적으로 MAU가 줄어들고 있는 넷플릭스 입장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킬링 콘텐츠'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OTT 경쟁 심화로 소위 말하는 '군비 경쟁'이 장기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에 비용 부담을 느낀 넷플릭스가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으면서 한국 시청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예능에 눈을 돌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한국 맞춤 콘텐츠 기반이 단단한 티빙과 웨이브를 의식한 점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