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동 대표를 선임한 엔씨소프트(NC)가 '글로벌 퍼블리셔'로 체제 전환에 나섰다. 구조 조정을 통해 상반기 영업 적자 위기를 무탈히 넘긴 가운데 국내외 유력 게임사에 투자, 하반기에는 글로벌 시장을 확실히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NC의 5일 공시에 따르면 올 2분기 NC의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은 매출 3688억원, 영업이익 88억원, 당기순이익 71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 16.2%, 영업이익 74.9%이 줄고 순이익은 132.8% 늘어난 수치다. 직전 분기인 올 1분기와 비교해도 매출 7.3%, 영업이익 65.6%가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24.5% 증가한 수치다.
2분기 주요 게임 실적을 살펴보면 '리니지M'과 '리니지2M', '리니지W' 등 모바일 리니지 3종의 총 매출이 214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26.6% 줄었다. PC 게임 매출의 경우 총 862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6%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감소세를 보였다.
당초 증권가 일각에선 NC가 올 6월 27일 신작 '배틀 크러쉬' 출시와 이에 따른 글로벌 마케팅으로 영업 비용이 증가,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건비 감소 등에 힘입어 분기 영업 비용 36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4049억원 대비 오히려 11.1% 감소, 적자 전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NC가 적자 전환을 방어한 것의 전사적 구조 조정에 따른 비용 효율화를 들 수 있다. NC는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동 대표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게임 사업은 김택진 창업주가 총괄하는 가운데 재무·법무 전문가인 박병무 공동 대표가 기업 경영 실무를 전담하는 형태다.
실제로 올 2분기 NC의 영업비용을 살펴보면 인건비가 총 1879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9.85% 줄었다. 또 오는 10월 '엔씨큐에이NC QA'와 '엔씨아이디에스(NC IDS)' 등 2개 법인을 물적 분할할 계획이다.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희망 퇴작과 법인 분리 등을 통해 본사 인력 효율화를 지속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본사 인력을 4000명 중반대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NC의 지난해 기준 총 직원 수는 5023명이었다.
NC는 올 초 공동 대표 체제 출범 시점에 2024년을 '생존을 위해 변화해야할 해'라고 정의했다. 이를 위한 주요 변화 방향으로는 개발사로서 '새로운 재미 창출', 대외협업 강화를 통핸 '글로벌 역량 확보'를 제시했다.
하반기 신작으로 '블레이드 앤 소울' IP 기반 3D 수집형 RPG '호연'을 8월 28일 선보인다. 여기에 회사가 보유한 레거시 IP를 바탕으로 MMORPG가 아닌 '신규 장르 게임' 3종을 추가 개발 중이며 이중 1종을 올 4분기에 글로벌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최근 모바일 시장의 트렌드 장르인 '방치형 키우기 게임' 장르일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이후 신규 장르 게임 2종 외에도 2026년 출시 목표로 △글로벌 IP 기반 신규 MMORPG △새로운 장르의 슈팅 게임 2종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중 '새로운 슈팅 게임'은 2023년 지스타에서 공개했던 신규 IP 기반 신작 'LLL'인 것으로 짐작된다.
글로벌 역량 확보를 위해 NC는 유럽의 신생 게임사 문 로버 게임즈에 투자했다. 문 로버는 EA와 유비소프트 등 유력 콘솔 게임 개발사 출신 베테랑들이 세운 업체로 현재 이용자 협력 기반 1인칭 슈팅(FPS) 게임 '프로젝트 올더스(가칭)'을 개발하고 있다.
3D 서브컬처 RPG '브레이커스'를 개발 중인 한국의 빅(VIC)게임스튜디오에도 총 370억원을 투자, 게임의 글로벌 퍼블리싱 권한을 취득했다. 또 '리니지2M' 동남아시아 출시를 앞두고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NC의 자체 게임을 선보이던 플랫폼 '퍼플' 또한 대외에 개방한다. 홍원준 CFO는 "다음주 안에 외부 AAA급 게임 4종이 퍼플에 입점하는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퍼플을 통한 글로벌 퍼블리싱 확대 방향 또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사 투자 외에도 즉각적 성과를 위한 인수합병(M&A)도 별도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홍 CFO는 "회사 내외의 역량을 모아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회사를 M&A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