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잉라이트, 들어는 봤나 "파쿠르 좀비 액션"
좀비 게임을 논하는 데 있어 '다잉라이트' 시리즈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물론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 레프트 4 데드 등 걸출한 명작들이 있지만 공포와 속도감 넘치는 스릴, 액션. 게다가 몰입도를 높이는 스토리까지 좀비 장르에 있어 수작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다.
다잉라이트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하란'이라는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기밀 자료' 회수를 위해 파견된 GRE 소속의 특수요원, 카일 크레인. 기밀 자료를 빼돌린 인물을 찾기 위해 도시를 활보하며 어려운 이들을 돕고,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며 엔딩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인물이다.
여기까지의 서술만 놓고 보면 흔한 좀비 게임 중 하나 같지만 다잉라이트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파쿠르 액션'에 있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일반 도로와 길보다는 지붕과 옥상으로 맵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속력으로 달리다 적을 날아 찬다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급습할 수도 있다.
나중에 얻을 수 있는 '그래플링 훅'은 파쿠르 난이도를 확 낮추는 대신 속도감을 높여 빠른 게임 플레이를 돕는다. 개인적으로는 그래플링 훅을 아주 재밌게 잘 이용했다. 파쿠르 액션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겐 호불호가 갈려 평가가 상이하게 나뉜다. 파쿠르를 활용해 높은 빌딩에 도달해야 하는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파쿠르 도전 특수 퀘스트를 통해 유저의 파쿠르 스킬을 시험해 볼 수도 있다.
이후 발매된 후속작 다잉라이트2에서는 그래플링 훅에 대한 논란을 인지한 모양인지 기동성이 대폭 줄어들었다. 대신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도심 곳곳을 활보할 수 있도록 해놨으며 까마득한 높이의 건물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다. 전작에 비해 4배 이상 넓어진 맵 또한 차별점인데.. 아쉬운 점은 최후의 전투를 아주 막장으로 만들어 놨다. 할수록 "장난하냐"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지만 그것 빼고는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낮과 밤의 난이도가 현저히 달라지는 것 또한 흥미로운 지점이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소위 '볼래틸'이라고 하는 특수 좀비가 살아있는 인간을 추적해 유저를 쫓아온다. 끔찍한 생김새도 생김새지만 일반 좀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공격성과 체력으로 상당히 애를 먹이는 존재다. 어느 정도 레벨과 파밍을 마친 후에는 볼래틸이 활동할 수 없는 낮에 볼래틸이 태어나는 '볼래틸 둥지'를 급습할 수 있다. 둥지를 파괴하면 그곳에서는 더 이상 볼래틸이 태어나지 않으므로 더욱 안전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공포와 좀비 장르를 섞은 뒤 파쿠르 액션을 더한 '다잉라이트' 시리즈. 좀비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들이라면 최소 이름은 들어 알고 있을 작품이다. 다잉라이트3 제작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1과 DLC 더:팔로잉, 2까지 천천히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모든 엔딩을 보고 나면 다잉라이트3이 발매돼 있을지 모른다.
◇ 낭만이 있는 좀비 게임 '데이즈곤'
데이즈곤은 기존에 나와 있는 좀비 게임과는 확연히 결이 다른 게임이다. 4개의 챕터로 기승전결을 하나의 긴 호흡으로 연출한 '명작'으로 힐링과 잔잔함, 인간적인 드라마를 느끼고 싶다면 데이즈곤을 강력 추천한다.
데이즈곤은 오토바이를 타고 곳곳을 누비는 낭만가(?) 디컨 세인트 존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둘도 없는 친구 '부저'와 함께 아내 '사라'를 찾기 위한 여정이 게임의 주된 메인 스토리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자연 풍경과 낡고 금이 간 한적한 도로 위를 질주하는 주인공과 부저의 모습은 일견 여유까지 느껴진다.
게임 진행에 따라 산악 지대, 호수, 사막, 설산 등의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게 되는데 뛰어난 그래픽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요소다. 플레이 당시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밖으로 외출하거나 멀리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다. 마음이 답답해지곤 할 때마다 데이즈곤에 접속해 도로를 달리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눈에 담으며 나름대로의 힐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데이즈곤은 화려한 액션으로 좀비를 잡는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 좀비를 잡는 매력만큼은 분명한 게임이다.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만약 좀비 아포칼립스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데이즈곤과 가장 유사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영화 워킹데드를 연상시키는 면모들도 보인다.
예를 들면 일정한 장소를 향해 떼 지어 몰려다니는 좀비 무리다. 퀘스트를 위해 맵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주할 수 있는데 큰 소리를 내 존재를 들키는 경우가 아니라면 위협을 가하지 않고 갈 길을 가는 좀비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가는 길목에 생존자 캠프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마냥 안심하고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없게끔 이곳저곳에 배치해 놓은 긴장 요소들은 데이즈곤을 계속 켜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이외에 늑대, 곰 등의 야생 동물을 포함해 광기에 사로잡힌 사이비 신도 등이 플레이 도중 끊임없이 출현해 플레이어의 등 뒤를 노린다. "곰은 사람을 찢어"라는 실제 명성에 걸맞게 한 대만 맞아도 생명에 큰 지장이 있을 정도의 대미지를 입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빠르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게임과, 퀘스트의 파도로 지친 이들이라면 느리게 흘러가는 '데이즈곤'을 추천하고 싶다. 긴 호흡을 통해 엔딩까지 게임을 끌고간다. 적지 않은 유저들이 드라마로 만들 것이었다면 라스트오브어스가 아닌 데이즈곤을 선택했어야 한다며 입을 모으는 이유기도 하다.
◇ 주인공이 '초능력자'랍니다…'원스휴먼'
넷이즈게임즈가 지난 7월에 정식 론칭한 좀비 게임 '원스휴먼'은 앞서 소개한 게임 중 유일한 '온라인 게임'이다.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메타 휴먼' 플레이어가 평범한 인간들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과 물건을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는 염동력을 이용해 좀비를 상대한다.
여기에 서바이벌 요소를 가미, △식량(배고픔) △갈증(물) △수면(정신력)을 일정 수치 이상으로 유지해야 정상적인 전투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위해 건축 요소를 넣어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생존 가옥을 꾸리고, 밭을 개간해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들 수 있다. 각종 인테리어 도면을 얻어 취향에 맞는 집을 꾸미는 것도 가능해 플레이어가 게임 내 콘텐츠를 최대한 느리게 소모하게끔 풍부한 즐길거리를 배치했다.
다만 좀비와 크리처가 합쳐진 장르의 게임이라는 것이 조금 다른 점이다. 일반 좀비 외에 괴이한 모습의 중간 보스 몬스터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와 저건 또 뭐지"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들은 특정 부위를 맞춰야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데 조금만 눈썰미가 좋아도 파악할 수 있는 난이도라 크게 어렵지 않다.
플레이어의 생존 가옥과 맵 곳곳에 위치한 생존자 캠프, 주변에 좀비로 가득한 마을들을 하나씩 공략하다 보면 금세 레벨도 오르고 파밍도 빠르게 할 수 있다. 특히 총알을 제조하는 것과 탈 것인 오토바이의 연료를 구하기에 까다롭지 않아 전반적으로 낮은 난이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이라고 해서 유료 과금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넷이즈게임즈는 '스킨' 외에 유료 상품은 일절 판매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유저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경험치 2배, 3시간 무적, 슈퍼초울트라하이퍼유니크무기 등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아직 한글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탓에 NPC들과의 대화에서 어색함이 느껴진다거나 게임 내 메일이 온통 영어로만 된 내용이라든가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중독성 하나 만큼은 보장한다. 메인 스토리를 깨고 보스 레이드를 참여하다 보면 주말이 순삭(순식간에 삭제)되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