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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 신드롬'과 게임굴기…美中 패권 전쟁, 게임계로 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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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 신드롬'과 게임굴기…美中 패권 전쟁, 게임계로 번질까

중국 정부, 게임 산업 규제에서 장려로 기조 변화
'원신', '오공' 등 서구권 주목 받는 대작 게임 등장
소프트 파워 넘어 '기술 패권 경쟁'과 결부될 수도

'검은 신화: 오공' 이미지. 사진=게임 사이언스이미지 확대보기
'검은 신화: 오공' 이미지. 사진=게임 사이언스
중국 정부의 '게임 굴기'가 서구권 게임 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기술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쇼핑 앱, 소셜 미디어 등이 이미 견제를 받는 만큼 게임 시장 또한 전장이 될 가능성이 오르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가장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AAA급 게임으로는 단연 중국의 신생 개발사 게임 사이언스의 '검은 신화: 오공'이 손꼽힌다. 올 8월 20일 플레이스테이션(PS)5와 PC로 출시된 이 게임은 사흘 만에 글로벌 판매량 1000만장을 돌파하며 중국 패키지 게임 흥행 역사를 갈아치웠다.
'오공'은 특히 서구권의 텃밭으로 꼽히는 콘솔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2020년 9월 모바일·PC 온라인 게임으로 출시된 '원신'이 서브컬처 게임으로서 동양을 중심으로 글로벌 히트한 데 이어 중국 게임의 위상을 다시 한번 끌어올린 셈이다.

중국 정부에서도 '오공'의 성과에 흡족해하는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은 지난달 말 기자회견에서 '오공'에 관한 기자 질의에 "중국 문화의 매력을 반영한 게임"이라며 게임을 칭찬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 비판하던 관영 언론들도 "전통문화의 붐", "게임 산업의 돌파구" 등의 표현으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중국산 게임은 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을 중심으로 '박리다매'를 노리는, 이른바 '양산형 게임' 내지는 '짝퉁 게임'의 인상이 강했다. 최근까지도 이러한 양산형 게임들은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앱마켓에 오르내리며 게이머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러나 2010년 말부터는 이러한 양산형 게임 외에도 '수작', 나아가 '명작'으로 인정받는 중국 게임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과거 중국의 외교 전략 '화평굴기'에서 따온 '게임굴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형국이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게임 시장의 발전이 체제 안정에 해가 된다고 판단한 듯 게임 셧다운제, 게임 서비스 허가 출판심사 번호(판호) 통제 등 다각도로 규제의 칼을 들이밀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보다 게임에 미온적인 형태로 규제 기조를 바꾸는 모양새다. 2023년 12월 온라인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BM)을 상당수 제한하는, 이른바 '온라인 게임 관리 조치'를 발표했다가 올 초 시행 직전에 철회했다.

중국의 호요버스가 개발한 게임 '원신'. 사진=호요버스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호요버스가 개발한 게임 '원신'. 사진=호요버스

중국 게임의 글로벌 진출 활성화에 대해 일각에선 이러한 발전을 경계하는 미국의 견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작 게임 개발을 위한 근간 중 하나인 고품질 그래픽 기술이 미중 갈등의 핵심 중 하나인 반도체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외신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오공을 앞세운 중국의 게임 산업 강화는 단순히 문화 소프트 파워의 매개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항해 중국의 자체적인 칩 제조 역량을 강화하는 '하드파워'의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평했다.

영국 게임 전문지 게임 인더스트리(GamesIndustry)는 올 4월 미국 의회에서 '틱톡 금지법'을 시행하자 "중국의 텐센트가 자회사로 두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관계사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등의 게임이 규제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IT 대기업들이 중국 게임업계와 깊이 협력하는 것 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도체 관련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오공' 출시 시점에 "이 게임에는 엔비디아 RTX 40 GPU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풀 레이 트레이싱, DLSS 3 등 최신 그래픽 기술이 적용됐다"고 발표했다.

빅테크 중 '친중' 성향이 강한 업체로 꼽히는 애플 또한 자사 제품 '아이폰'이나 '비전 프로' 등의 주요 콘텐츠로 앞서 언급한 원신 개발사 호요버스의 '붕괴: 스타레일'을 주요 파트너사 게임으로 소개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