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헌법적 관점에서 디지털 플랫폼 규제 입법의 쟁점을 논의할 특별세미나'가 개최됐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제2의 티메프 사태 방지를 위해 규제 법안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이에 세미나에서는 규제 입법의 헌법적 문제점을 살피고, 플랫폼의 성장과 입점 업체 보호, 소비자 권익까지 균형 있게 추구할 수 있는 정책 방안 모색에 나섰다.
◇ 지배적 플랫폼 '낙인' 이어 무죄추정 원칙 위반
해당 개정안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타사 이용 제한) 제한 △데이터 이동 및 접근 등 제한 △최혜 대우(자사 입점 업체 우대) 요구 등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사전 지정된 플랫폼 사업자가 5개 금지행위를 저지른 경우 사업자로 하여금 '실질적 경쟁 제한성이 없거나 기타 정당한 사유'에 대한 입증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국가가 부담해야 할 입증 책임을 규제 대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라는 공통된 목소리가 나왔다.
발제자로 나선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는 1차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입을 뗐다. 이어 "개정안이 사전지정된 플랫폼 사업자를 이미 시장 내 불공정 경쟁을 유도하는 '범법자'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성기 교수는 "아직 유무죄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를 '유죄'로 추정하고 불이익(입증책임 전환)을 가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반하거나 적어도 무죄추정 원칙을 잠탈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덧붙였다. 국회에 발의된 규제안은 결국 입증책임 전가와 더불어 사업자와 기업의 자유 및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라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황 교수는 규제에 있어 소비자 편익, 입점 업체 권익, 사업자 자유와 혁신은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입법에 앞서 세 가지 가치의 균형과 조화를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어느 한쪽의 이익에만 방점을 찍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과도·과다 규제…'플랫폼 사업자' 성장 저해
토론에서는 법률안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고 과다한 사전 규제를 가할 경우, 이에 대한 폐단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허진성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안이 헌법에서 규정하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제119조 제1항에 위배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법안으로 인해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는 '헌법상 경제질서의 원칙'이 도외시되는 결과에 이르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고은 법무법인 온강 대표 변호사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전가되는 '입증 책임'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적으로 입증 책임이 검사에게 있다는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검찰과 같이 '강제 수사권'조차 가지지 못하는 사업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심우민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는 현 규제안의 모태가 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디지털시장법(DMA)이 과연 '우리나라 기업 생태와 부합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유럽 시장에 적용된 법을 국내에 부작용 없이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이유에서다.
심우민 교수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플랫폼 사전 규제 입법이 단순히 해외 입법례의 내용을 차용해 오는 것 외에 어떤 분석과 논증이 이뤄졌는지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같은 규제라 할지라도 입법이 이뤄지는 국가의 상황과 맥락을 반영한 새로운 규제 및 정책 추진 방식이 법안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