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의 게임사로 꼽히던 프랑스의 유비소프트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연이은 게임 흥행 실패로 3년 사이 주가가 80% 이상 추락한 가운데 주주들 사이에서 경영진 퇴진 요구 등 공개적으로 불만이 터져나왔다.
유로게이머, 포켓게이머 등 게임 전문 외신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유비소프트의 소액(지분율 1% 미만) 주주이자 슬로바키아 소재 헤지펀드인 AJ 인베스트먼트는 '유비소프트의 전략적·구조적 변화를 위한 긴급 요청'이란 제목의 공식 서한을 경영진에 발송했다.
유라이 크루파(Juraj Krupa) AJ 인베스트먼트 창립주는 "유비소프트는 높은 잠재력을 가진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인 기예모(Guillemot) 가문의 방만한 경영과 최대주주인 텐센트의 대응 부족으로 인해 투자 시장에서 심각하게 저평가됐다"며 "최근 주요 신작의 출시 연기, 매출 전망 악화가 더해짐에 따라 경영진이 주주 가치를 제고할 능력이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요구 사항으로 △사모펀드(PE)에 매각하기 위해 유비소프트를 비공개 회사로 전환할 것 △자회사 매각 등 구조 조정 △기존 핵심 IP에 집중한 전략 구상 △경영진 퇴진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목표 달성을 위해 소액 주주로서 다른 주주들과 연대, 위임장 경쟁 등 법적으로 허용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비소프트는 1986년 설립된 게임 개발·유통사다. '어쌔신 크리드'와 '레인보우 식스', '파 크라이', '워치독스' 등 AAA급 게임 IP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어 유럽 최고의 게임사로 인정받는 기업이다.
2020년도 들어 오프 코로나 시기를 맞아 경영난을 겪었던 유비소프트이나, 최근에는 경영 또한 정상화하는 모양새다. 올 5월 발표한 회계연도 2023년(4월~2024년 3월) 실적을 살펴보면 연 매출 23억유로(약 3조3980억원), 영업이익 3억1360만유로(약 4630억원)이었다. 지난해 대비 매출 26.8%가 늘고 영업손실 5억8600만유로에서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경영난 해소가 투자 시장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 모양새다. 유로넥스트 파리에 상장된 유비소프트의 주가는 10일 종가 기준 13.24유로였다. 올해는 물론 2014월 10월 이후 10년 만에 최저점에 도달한 것으로, 3년 전인 2021년 2월 기록한 최고점 84.7유로 대비 84.37% 하락한 수치다.
투자 시장에서 매력을 잃은 이유는 연이은 신작 실패를 들 수 있다. 미국 리뷰 통계 분석 사이트 메타크리틱에 따르면 올해 유비소프트가 출시한 신작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 '스컬 앤 본즈', '엑스디파이언트', '스타워즈 아웃로'의 평균 평점(100점 만점 기준)은 각각 86점, 59점, 67점, 76점이었다.
올해 신작 4종 중 '페르시아의 왕자'를 제외한 신작들이 모두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은 셈이다. 여기에 평단의 호평을 받은 페르시아의 왕자 역시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어려운 2D 플랫폼 어드벤처형 게임으로 초동 판매량이 30만장에 그치는 등 상업적 흥행은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작들의 흥행 여부도 불투명하다. 앞서 AJ 인베스트먼트가 '주요 신작 연기'를 언급했듯, 유비소프트는 당초 회계연도 2024년(4월~2025년 3월) 이내 출시할 예정이었던 '레인보우 식스 모바일'과 '더 디비전 리서전스'를 이듬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중 레인보우 식스 모바일은 당초 2022년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지속적으로 출시일이 미뤄지는 모양새다.
오는 11월 출시 예정인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는 출시 전부터 '보이콧' 대상이 됐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최초로 일본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나, 주인공을 일반적인 동양인이 아닌 흑인으로 지정해 '블랙워싱' 논란에 휘말렸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