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10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김영섭 대표와 주요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하고, MS와의 협력에 나선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 'AICT 컴퍼니'를 향한 KT의 사업전략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 김영섭 대표 "이왕 협력할 거면 가장 잘 하고 있는 기업과 손 잡아야"
김영섭 KT 대표는 MS와 협력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저도 IT 업계에 종사한 지 꽤 오래됐다. LG에서 39년 근무했고 지금은 KT에 있다"면서 과거 글로벌 빅테크들과 협력했던 경험을 술회했다. 이어 김 대표는 "제가경험한 바에 의하면 구글은 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고 애플은 디바이스를 잘 만들어서 세계 최고 회사 지위에 오래 동안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클라우드를 잘 하지만 (아마존의) 시작은 기본적으로 물류·유통으로 출발해 사업을 확장했다. 메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본업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MS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명료했다. MS가 처음부터 B2B(기업 간 거래)를 활발히 해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MS는 일찌감치 글로벌 기업들과 활발히 관계를 만들고 솔루션 만들고 거래했다. 다른 회사가 (B2B 사업을) 잘 못한다는 게 아니라 MS가 기업의 운영, 경영 매카니즘이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 도와줘야 하는 것 등을 잘 아는 기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해 12월부터 MS와 얘기하기 시작했고 MS와 꼭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KT와 MS의 협력의 물꼬는 이렇게 시작됐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AI(인공지능)에 있었다. 김 대표는 AI가 현재 모든 기업 최대 화두인데 AI의 발전과 성장을 촉진하는 기술과 그 역량은 MS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원톱'이라고 생각하며 "이왕 협력하려면 현재 가장 잘 하고, 기업에 대해서 잘 아는, 그래서 서로 통할 수 있는 MS와 해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오승필 KT 기술혁신부문장은 여기에 더해 "KT와 MS가 서로 필요한 부분이 맞았던 것이 주효했다. 그 과정에서 김영섭 대표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지속적인 온·오프라인 미팅이 있었다. 김 대표는 'KT가 한국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이 있으며, 앞으로 더욱 기여하고 싶다는 얘기를 꾸준히 했다. KT 내 임직원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사티아 CEO는 AI를 활용한 인류, 나라에 대한 영향에 대해 계속 자신의 의견을 밝혔고, 두 사람의 마음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양사 간 빅딜이 이뤄질 수 있었고 MS의 고위급 임원 거의 모두와 저희가 미팅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한국어 특화 AI 모델로 서비스 개발...가치 있는 AICT 서비스 제공
KT는 MS와의 파트너십으로 차별화된 AI·클라우드 기반을 다져, B2B 시장의 고객들이 'AI 컴퍼니'로 혁신하도록 이끌고 개인 고객들에게는 새롭고 가치 있는 AICT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KT는 MS와 5년간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AI·클라우드·IT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양 사는 한국어 특화 AI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한편,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AX 전문기업 설립 등을 추진키로 했다. 한국어 특화 생성형 AI 모델은 생성형 AI의 학습단계부터 대한민국 교과서, 백과사전, 신문기사, 문학소설, 여러가지 신조어를 학습시켜 국내 기업과 사용자들이 사용하기 가장 알맞게 완성해나가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에 GPT-4o 기반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소형언어모델 'Phi(파이) 3.5' 기반의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모델도 내놓을 계획이다.
KT가 추진하는 '한국형 AI'는 데이터·법·규제·문화·언어를 대한민국의 실정에 맞게 최적화하고, 연구와 개발 과정 전반에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원칙과 프로세스를 적용해 국내 시장에서 AI 활용 저변을 확대하며, 다른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KT는 교육·역사·문화 등 여러 분야의 데이터를 확보해 학습 절차에 착수했다. 또 KT의 서비스에 MS의 대화형 AI '코파일럿(Copilot)'을 도입해, 고객들에게 고품질의 AI 경험을 제공하고 한국형 AI의 시장 확대를 꾀한다.
◇ 정우진 전무 "AI 혁신은 넷스케이프 모멘텀 급"
정우진 KT 컨설팅그룹장(전무)은 "코파일럿을 얼마나 많은 이가 쓰는지 아나? 약 사티아 대표는 약 4억명이 코파일럿을 쓴다고 말했다. 코파일럿이 나온 지 이제 16개월 정도됐는데 분기미다 접속자 수가 2배씩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거의 모든 사람이 사용하면서 메신저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AI는 1억명이 아니고 4억명, 10억명씩 사용자가 늘고 있다. 이는 넷스케이프(월드 와이드 웹 초기에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했던 대표적인 웹 브라우저) 모멘텀에 필적하는 속도"라며 1위 사업자와의 협력의 중요함을 다시금 강조했다.
다만 이 파트너십이 단발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KT는 5년에 걸친 양사 간 파트너십 기간 동안 실질적인 AX(AI 전환) 기술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생태계를 확장할 방침이다.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정우진 전무는 "세계적으로 GPU 뿐만 아니라 전력망까지 투자가 엄청나게 일어나고 있는데, MS와의 5년간 협력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T와 MS는 내년 중으로 ‘이노베이션 센터(Innovation Center)’를 공동 설립한다. 두 회사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한 AI·클라우드 기술 연구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되며, 국내와 해외 AI 관련 스타트업 투자에도 기여한다. KT는 MS의 리서치센터와 공동으로 AI와 미래 네트워크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들의 참여도 확대해 글로벌 차원의 AI 기술협력에 나선다. 기존 CT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네트워크 현대화 및 6G 분야 공동연구, 헬스케어·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별 AX와 GPU·NPU 등의 공동 연구개발도 병행하게 된다. 이 이노베이션 센터는 양 사 공동으로 설립되지만 KT의 자회사가 돼 AI 관련 인재의 육성까지 겸할 전망이다.
◇ 김영섭 대표 "기업 경쟁요소 첫 번째는 속도"
KT가 지나치게 MS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올인해도 될까? 너무 리스키하지 않나? 하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부터 사티아 CEO, MS 최고기술자와 화상 미팅을 하며 AI 주권을 확실하게 지키면서 기술을 체득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어 국내 여러 기업들과 함께 앞서 MS와 협력한 유렵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그리고 지금 빨리 안 가면 안 되겠다고 모두 느끼고 귀국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KT의 강점은 '속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경쟁요소는 오랫동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였다. 그것이 경쟁요소 1번이었는데 바뀐지 오래됐다. 이제는 속도가 첫 번째고 두 번째가 개인화다. 자기에게 딱 맞는 것 제공하는 게 중요해졌다. 가성비는 4~5번째로 내려갔다. 네이버 등 다른 기업들도 AI 서비스를 잘한다, 최고다, 라고 하지만 고객이 알아주는, 실제 고객의 가치 창출해주는 서비스를 내놔 증명되는 속도가 현재는 가장 중요하다. 이런 것을 누가 제일 먼저 하는가, 누가 제일 잘하는가로 앞으로의 성패는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사 5년에 걸친 KT와 MS의 투자 규모 대략 2조4000억원이다. 투자 규모 중 절반은 GPU, 네트워크, IDC를 비롯한 인프라에 우선 사용되며 나머지 절반은 한국형 AI 연구개발(R&D) 등에 쓰인다. 양사가 합작하는 AX 전문기업은 내년 1분기, 한국형 AI 모델 개발은 내년 상반기, KT AX 이노베이션 센터는 내년 3분기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