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약관 개정하자 이용자 엑소더스…"공정위 조사 시급"

일론 머스크의 X(옛 트위터)가 17일(현지시간) 이용약관 개정 및 차단 기능 업데이트 소식을 알렸다. 이중 내달 15일부터 발효되는 이용약관 내용에서 유저가 X 이용 시 플랫폼 내 올린 자신의 콘텐츠를 자사의 AI 학습 및 훈련에 묵시적으로 동의한다는 항목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반발을 낳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는 명백한 국내 약관법 위반이며, 해결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속히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이다.

해당 항목은 이용자가 X에 올리는 모든 콘텐츠. 즉 △텍스트 △그림 △사진 △동영상 등이 자사의 AI에 학습 및 훈련에 사용되며, 여기에 이용자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고 저작권에 대한 로열티 지급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X는 이용자의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AI 훈련에 활용하기 위한 '방패'를 마련한 것이다. 무단으로 콘텐츠를 AI 훈련에 사용하는 경우 법적 소송에 휘말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송기호 국제통상 변호사는 X의 일방적인 이용약관 개정은 '명백한 약관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송 변호사는 "이번에 개정된 X 이용약관에서는 어떤 콘텐츠가 어떠한 AI 모델 학습 및 훈련 자료로 쓰이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영속성에 대한 언급도 부재해 이는 명백히 국내 약관법을 위반한 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거래관리위원회는 X의 이용약관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민이 없도록 조속히 관련 팀을 구성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도 말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칭 약관법) 제2장 불공정약관조항을 살펴보면, 제6조(일반원칙)에서 고객에게 부당한 불리한 조항,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춰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는 제한하는 조항의 경우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송 변호사의 설명대로라면 X의 이번 이용약관 개정은 약관법 제6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X는 이번 이용약관 개정 외에 사용자의 콘텐츠를 자사의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지난 7월, 이용자의 데이터를 X의 AI 언어 모델 그룩(grok)의 학습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다만 해당 규정은 '설정' 옵션을 통해 이용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했다. 그러나 이번 이용약관 개정은 콘텐츠가 AI 학습·훈련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강제하고 있어 이용자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


X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던 다수의 창작자들은 해당 소식에 곧바로 X를 대체할 플랫폼을 찾아 나섰다. 대표적으로 쓰레드, 블루스카이, 마스토돈 등이 언급되고 있다. X의 이용약관 개정 소식이 알려진 17일부터 블루스카이를 찾는 이용자들의 엑소더스(Exodus)가 이어졌다. 블루스카이의 경우 본래 트위터 사내 프로젝트로 시작된 사업이었던 탓에 트위터의 UI와 상당히 흡사한 모습과 기능을 갖추고 있어 선호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이동이 눈에 띈다. '전지적 독자 시점', 화산귀환', '내가 키운 S급' 등 걸출한 웹소설들의 일러스트를 맡았던 H 유저가 블루스카이 계정 개설을 알리며 "앞으로 개인작은 이쪽을 통해 보여드리게 될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해당 일러스트레이터는 3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X의 유명 인사다.

블루스카이 계정 개설 및 이용 활성화로 한때 서버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현재는 정상적으로 블루스카이 가입과 이용이 가능하다. 가입자 급증에 블루스카이 공식 계정에서는 가입자가 가파른 곡선을 보이며 증가하는 그래프와 함께 일본 이이폰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한 이미지를 함께 올리며 새로운 유저들을 환영하고 나섰다.

블루스카이 측은 18일(현지시간) "블루스카이는 창작자에게 플랫폼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개발자에게 빌드의 자유를, 사용자에게 경험에 대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개방형 소셜 네트워크다. 많은 새로운 사람들이 합류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