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서브컬처 게임 '에픽세븐'을 6년 넘게 성공적으로 서비스 중인 스마일게이트가 차기작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카제나)'를 선보인다. 기존 유사 게임들과 달리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마니아층을 적극 공략한다.
스마일게이트는 최근 '카제나' 인게임 플레이 화면이 담긴 예고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와 더불어 공식 사이트를 오픈, 게임의 배경 세계관과 주요 캐릭터들을 소개했다.
카제나는 에픽세븐을 개발했던 슈퍼 크리에이티브의 차기작이다. '애니메이션을 플레이하다(Play the Animation)'라는 표어를 내세웠던 전작과 마찬가지로 각양각색의 애니메이션 풍 미소년·미소녀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을 수집, 육성하는 캐릭터 수집형 RPG, 이른바 '서브컬처 RPG'가 될 전망이다.
플레이 과정에서 3개의 무작위 성장 선택지가 지속적으로 제시되는 등 '로그라이크 덱 빌딩' 요소가 차용된 것이 카제나의 차별점으로 보인다. 미국의 유명 인디 게임 '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떠올리게 하는 시스템으로,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충성 이용자층이 있는 장르다.
카제나와 에픽세븐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배경 세계관과 스토리다. '에픽', 즉 서사시란 이름에 맞게 판타지 활극 중심의 밝은 테마를 중심에 뒀던 전작과 달리 카제나의 제목은 '혼돈, 무, 악몽'으로 해석된다. 이에 맞게 음울하고 어두운 '다크 판타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스마일게이트가 공개한 예고 영상 속에선 캐릭터들이 피해가 누적되는 등 위기에 몰릴 경우 '공포'나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때로는 '현혹'되는 등,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이 컷씬으로 강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주적 공포로 인해 황폐화되어가는 세계에서 정신적으로 붕괴되는 전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외산 게임 '다키스트 던전'을 떠올리게 한다.
서브컬처 RPG는 캐릭터의 매력과 스토리, 교감을 핵심으로 하는 장르인 만큼, 이와 같이 캐릭터의 정신적 붕괴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연출은 대중을 타깃으로 한 게임, 특히 국내에선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카제나에 견줄 수 있는 사례로는 2022년 출시됐던 중국의 서브컬처 RPG '무기미도'를 들 수 있다. 이 게임은 세계적 재난에 맞서기 위해 교도소에 갖힌 미소녀 범죄자들을 투입한다는 독특하고도 어두운 테마로 마니아층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개발사 아이스노(AISNO) 게임즈가 과거 '한북 동북공정'을 시도했다는 논란이 있던 업체 페이퍼게임즈와 관계된 곳이 아니냐는 의혹에 발목을 잡혀 장기 흥행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러한 '게임 외적 논란'이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
스마일게이트는 카제나 흥행을 위해 서브컬처 마니아층, '오타쿠'들을 확실히 노린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올해 지스타가 아닌 보다 마니아층을 지향하는 전시 행사 애니메이션 게임 페스티벌(AGF)에 후원 업체로 참여한다.
AGF 스마일게이트 부스는 제1전시장 2홀 출입구 바로 앞에 열리며 카제나 전시관은 출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돼 '메인 IP'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이노주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마케팅실 이사는 "최신작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등 서브컬처 작품을 총출동시킨 역대급 라인업으로 팬들을 맞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