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나 식당에서 듣던 노래가 좋아 스마트폰으로 찾아보니 앨범 아트에 만화풍 미소년, 미소녀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알고보니 그 모습으로 라이브 방송까지 하는 '버튜버(버추얼 유튜버)'였다. 멜론과 유튜브 뮤직 등 음원 플랫폼 최상위권에 버튜버가 오르는 것도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심지어 '버튜버 플레이리스트'까지 주고 받는다.
최근 한국에선 이러한 광경이 더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 '일본에서 통하는 외래 문화', '오타쿠들만 즐기는 서브컬처'라는 인식과 달리 점점 대중 문화의 축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여의도 소재 더현대 서울은 올초 버추얼 아이돌 보이 그룹 '플레이브', 버튜버 걸그룹 '이세계아이돌'과 '스텔라이브'의 팝업 스토어를 연달아 선보였다. 기간 한정으로 열린 팝업 스토어에는 약 10만명이 찾았으며 평소 매출의 7배 수준인 7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더현대 측은 "온라인 공간의 버추얼 아이돌과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가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시너지가 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제품의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파트너로도 주목받고 있다. 롯데마트는 빼빼로 데이를 겨냥해 앞서 언급한 '플레이브'와 컬래버레이션한 테마 빼빼로 상품을 내놓았다. 고객에게 무작위로 '포토카드' 굿즈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병행한 결과 국내 각 매장에서 '오픈 런', '품절 대란'까지 벌어졌다.
버추얼 아이돌들의 인기는 음원이나 컬래버레이션을 넘어 각 그룹들의 '단독 공연'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세계아이돌과 스텔라이브는 현재 인터넷 방송 플랫폼 SOOP과 치지직을 대표하는 버튜버 그룹으로, 멤버 개개인 별로 수 천명이 동시 시청하는 중견급 인플루언서로 자리잡았다.
올 7월, 이세계아이돌 소속 멤버 '릴파'는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오프라인 콘서트 '릴파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스텔라이브에서도 오는 12월 21일, 1기 멤버 '아야츠노 유니'가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고려대학교 화정 체육관에서 첫 솔로 콘서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케이콘(KCON)과 한터뮤직어워즈, 위버스콘 등에 게스트로 참여해왔던 보이 그룹 플레이브는 올 4월 3000석 규모 공연장인 송파 올림픽홀에서 첫 솔로 콘서트를 개최했다. 팬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 10월에는 1만명 규모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개최, 이 역시 단기간에 매진됐다.
인터넷 트렌드 분석 사이트 랭키파이에 따르면 플레이브는 11월 기준 한국 가수 인기지수 순위 10위, 아이돌 보이 그룹으로 한정하면 데이식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버추얼 아이돌의 영역을 넘어 '실제 아이돌'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엔터테이너로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업계 또한 이들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하이브와 YG플러스는 올 초 플레이브 운영사 블래스트에 투자했다. 이중 하이브는 일본 지사 하이브 재팬을 앞세워 플레이브와 글로벌 진출 관련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 매거진은 지난달 21일 국내외 버추얼 아이돌, 버튜버들의 온라인 이벤트 '글로벌 버추얼 페스티벌'을 선보였다. 플레이브를 비롯해 국내 버튜버 그룹 '리 레볼루션'과 '싸이코드', '허니즈'는 물론 해외 유명 버튜버 그룹인 '홀로라이브 프로덕션', '브이쇼죠', '라이엇 뮤직' 등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