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영상 콘텐츠를 무단으로 스트리밍해오던 불법 사이트 '누누티비'의 운영자가 검거됐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불법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막을 내렸으나, 완전한 '근절'까지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불법 스트리밍 웹사이트 티비위키는 최근 사이트가 폐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의 공지 웹페이지로 대체됐다. 과학수사대는 "11월 9일자로 불법 스트리밍 웹사이트 누누티비 운영자를 검거했다"며 "동일인이 운영 중인 웹사이트 티비위키, 웹툰 불법 게시 사이트 오케이툰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는 문체부가 산하 기관 한국저작권보호원 등과 협업해 지난해 10월 출범한 특별 수사기구다. 올 3월에는 뮤지컬 등 공연 콘텐츠를 무단 촬영, 녹화한 '밀캠'을 유통해오던 피의자 5인을 검거했다.
누누티비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운영된 사이트로, 국내 언론에서 수차례 보도되며 불법 스트리밍의 '대명사'로 악명을 떨쳤다. 누누티비 폐쇄 후에는 '티비위키'라는 유사 사이트가 오픈했다. 폐쇄와 오픈 사이 시차가 적다는 점과 UI(이용자 인터페이스)나 데이터베이스의 유사성으로 인해 같은 운영자의 사이트라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번 검거로 동일 운영자의 사이트라는 점이 확인됐다.
이번 폐쇄 조치가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잡힐 때가 되긴 했지"라는 등 미온적이거나 "유료 OTT 넘치는 시대에 열사가 잡혔다"며 오히려 비판적인 반응을 내놓는 편이다. 일각에선 "어차피 다른 사이트 곧 열릴 것", "언제나 답을 찾아낼 것이다"라며 유사 누누티비가 등장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불법 복제 콘텐츠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로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거론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적지 않고 이들이 법적 회색지대, 내지는 불법 플랫폼으로 향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불법 복제 사이트들이 특정 국가의 법망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호스팅 소재지를 둔다는 점 또한 '근절'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앞서 언급한 누누티비와 티비위키 역시 네덜란드와 파라과이, 도미니카 공화국 등으로 호스팅 주소를 옮겨가며 사이트를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지난해 공식 블로그를 통해 '누누티비 같은 불법 사이트, 왜 안 사라질까?'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게재했다. 콘진원은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 보고서를 인용해 "1인당 소득이 높고 소득 불평등 수준이 낮은 국가일 수록 불법 복제 콘텐츠를 덜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했다.
또한 "15~24세 인구 비율이 높을 수록 불법복제 소비율이 높은 편"이라는 내용도 언급했다. 경제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고 인터넷 활동에는 익숙한 인구인 만큼 불법 콘텐츠 이용이란 유혹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미국 저작권 보호 뉴스 사이트 토렌트프릭(TorrentFreak)은 파크스 어소시에이트(Parks Associates)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에서 무료 콘텐츠 이용을 정당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가정 중 약 23%가 "음악, 영화를 모두 공짜로 사용해야 마땅하다"는 말에 동의했다. 같은 조사에서 2019년 14%가 동의한 것과 비교 하면 3년 사이 9%p가 증가했다.
콘진원 측은 "스트리밍 시장 활성화로 불법 복제 콘텐츠 이용이 급증함에 따라 콘텐츠 시장은 물론 이와 연관된 산업, 나아가 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자 차원에서 접근성 높은 매력적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차원에서도 경각심을 가지는 등 쌍방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