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협회가 세계보건기구(WHO)에 게임 이용 장애를 별도 질병 코드로 분류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협회는 WHO가 운영하는 데이터 수집·보고·분석 플랫폼 'WHO-FIC(Family of International Classifications)'를 통해 국제질병분류(ICD) 분류 체계에 대한 수정 의견을 제시했다. 해당 의견은 의학·사회문화·법 등 세 가지 관점에서 근거를 제시했다.
의학적으로는 WHO가 분류한 게임이용장애에 관해 '특정 게임 이용 행동'을 정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게임을 통해 나타나는 문제 행동에 게임 이용이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지 불분명하다, 문제적 게임 이용은 대부분 1~2년 사이 자연 해소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게임 이용 장애가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병적 중독이 아니라는 점 또한 짚었다.
사회문화적으로는 이렇듯 원인도, 치료법도 불명확한 게임 이용 장애가 질병 코드로 도입될 경우 세계 다수의 여가 생활, 나아가 수많은 직업인들에게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논했다. 또한 보건의료 현장에서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근본적인 요인을 해결하는 대신 게임 이용 자체를 통제하는 등 잘못된 치료법이 정립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법적 근거로는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분류가 부정적 사회 인식과 결합해 비합리적인 규제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담았다. 이는 게임 등급 심사 등 소위 '콘텐츠 검열' 강화와 현재는 폐지된 국내의 '강제 셧다운제'와 같은 이용 시간 제한 제도의 부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WHO는 2019년 ICD-11에 게임 이용 장애를 새로이 질병 코드로 등록해 세계 게임계·의료계의 빈축을 샀다. 국내에서도 ICD 등 국제 표준 분류 기준으로 매 5년마다 국내 표쥰을 개정하는데, 오는 2025년 관련 내용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수많은 사람이 즐기는 보편화된 문제이자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산업인 게임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채 질병 코드로 등재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상당한 불안,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WHO가 현상의 심각성, 인과관계의 타당성, 의료적 개입 외 방식으로 해결 가능 여부 등을 면밀히 따져 질병 코드 등록을 공개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