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에서 대표작 '던전 앤 파이터(던파)' IP를 전담하는 네오플의 윤명진 대표가 2024 지스타 콘퍼런스 '지콘'에서 기조 연설을 맡았다. 대형 개발 조직의 수장으로서 중요한 키워드로 '명확한 공감대 형성'을 강조했다.
부산 벡스코에선 14일 오전 10시 지스타 2024의 막이 열렸다. 전시장 한 켠에서 열린 지콘에서 윤명진 대표는 '라이브 게임 서비스하듯 신규 게임 개발하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윤명진 대표는 2008년 네오플의 직원으로 입사해 2014년 개발실장, 2017년 총괄 디렉터로 승진했다. 던파 최초의 레이드 '안톤 레이드'를 설계한 인물이며 이후 네오플 전체의 수장으로 '던파 모바일', '퍼스트 버서커: 카잔', '오버킬(가칭)' 등 던파 IP 후속작 개발도 지휘하고 있다.
네오플에서 걸어온 약력을 소개하며 윤명진 대표는 "성공한 게임들을 오랜 기간 서비스해왔고 이제 신작들도 선보인다는 점에서 정말 운이 좋고 행복한 개발자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좋았던 기억 만큼 신작 개발 과정에서 잊고 싶은 아픈 기억들도 있었다"고 술회했다.
좋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윤명진 대표는 △개발 역량 자기 객관화 △개발진 간 공감대 형성 △지속적인 이용자 피드백 확인 세 가지를 강조했다.
역량 객관화의 예시로는 네오플의 폐기된 신작 '프로젝트BBQ(가칭)'와 지스타 시연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들었다. 윤 대표는 "프로젝트 BBQ는 2D 도트 그래픽 액션RPG였던 던파를 풀 3D 오픈월드 액션RPG로 재해석하고자 했던 게임"이라며 "우리가 원했던 수준으로 완성만 됐다면 글로벌 히트작이 됐으리라 확신하지만,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고 언급했다.
프로젝트BBQ가 무산된 이유가 바로 '역량 객관화 실패'였다고 윤 대표는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상향만 높이 두고 바라봤지 우리가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개발할 때는 향후 업데이트할 것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전력투구'를 절대 하지 않는데, 이러한 계획 수립 방식을 신작 개발에서도 적용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토대로 다지고, 그 위에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쌓아 올린 후,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란 과제를 제시하는 형태로 기획을 달리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신작 '퍼스트 서커: 카잔'로 이어졌다. 윤 대표는 ""게임에 있어 '최고의 퀄리티를 가진 그래픽의 전투'라는 점에선 타협하지 않되 온라인 게임을 싱글 플레이 패키지 게임으로, 오픈월드는 미션 단위 레벨 디자인으로 난이도를 낮췄다"며 "그 결과 2022년 여름 '3년 이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개시한 카잔이 그 목표를 이루는 것이 눈 앞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공감대 형성에 있어 예시로 든 것은 '던전 앤 파이터(던파) 모바일'이다. 윤 대표는 "개발 현업인들이라면 분명 같이 회의를 해서 과제를 배분했는데, 나중에 결과물을 확인해보니 각 직원이 이해한 내용도 다르고 결과물도 달라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했던 일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던파 모바일의 개발 초창기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던파 모바일에 있어서 윤 대표가 강조한 것은 '원작 던파처럼'이었다. 그는 "던파와 같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이미 출시된 게임인 만큼 개발진, 심지어 신입 직원마저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작은 소통 만으로 쉬이 공감대가 형성되지만, 새로운 개발진에게 '원작 던파처럼'이란 키워드는 '원작 던파 같은 게 뭔가요?'라는 또 다른 질문으로 밖에 이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개발진 사이에 명확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데에는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윤 대표는 원작 던파처럼이란 키워드를 '모바일 플랫폼 내 최고의 액션 RPG'로 구체화했다"며 "사전 개발 빌드을 가칭 M1, M2, M3, 뉴 M3까지 수 차례에 걸쳐 개발하며 개발진과 소통하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개발된 던파 모바일은 2022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 올 중순 중국 시장에서 1개월 연속 현지 앱 마켓 매출 1위 등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윤 대표는 "공감대를 형성한 팀은 앞선 2년 간의 어려움이 무색할 정도로 엄청난 역량을 발휘했다"며 "좋은 개발 조직에 대한 막연한 담론을 넘어 '공감대를 쌓은 조직'의 힘을 피부로 체감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중국 시장 성과에선 지속적인 이용자 피드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윤 대표는 "퍼블리셔를 맡은 텐센트가 '개발하면서 테스트를 많이 하자'는 의견을 줬는데, 처음에는 개발 흐름이 끊기는 것을 우려해 반대했다"며 "텐센트가 재차 '테스트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 있어 퍼스트 서버와 같은 것이며, 최근 게임 업계 트렌드를 바라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 출시 후인 최근까지도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아직 게임이 완성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이용자 테스트를 통해 꾸준히 피드백을 받는 것이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해답이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넥슨은 이번 지스타에서 '카잔' 외에도 던파 IP 기반 신작 '오버킬(가칭)'을 시연한다. 윤명진 대표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더 좋은 게임으로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오버킬을 시연하기로 결정했다"며 "어느덧 20주년을 앞둔 던파 유니버스를 바탕으로 더욱 흥미로운 게임들을 앞으로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