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게임계의 화두 중 하나는 '중국 게임'이다. 양산형 게임 천국에서 시작해 모바일·온라인 게임 시장, '검은 신화: 오공'으로 AAA급 게임 시장까지 넘본 중국의 다음 핵심 타깃은 '여성 게이머'들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CNBC는 최근 '모바일 게임에 빠지는 여성들, 중국 텐센트가 기회를 엿보다'라고 보도했다. 올 6월 글로벌 서버를 리뉴얼 출시한 텐센트의 '왕자영요'가 반년 만에 중국 외 시장에서 누적 다운로드 5000만회를 돌파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여성 게이머라는 내용을 담았다.
왕자영요를 개발한 텐센트의 자회사 티미 스튜디오의 재키 황 글로벌 e스포츠 부문 리드는 "왕자영요 글로벌판의 성별 구성은 비교적 균형잡혀 약 45%가 여성 게이머"라며 "상당수의 여성 게이머들이 모바일 플랫폼에서만 게임을 하는 만큼 잠재 고객층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여성 게이머들은 본래 게임 시장에서 비주류, 내지는 캐주얼 장르 위주로 즐기며 과금력이 약한 '라이트 게이머'층으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이 보편화되고 과금에 대한 장벽 또한 낮아짐에 따라 유의미한 게이머층으로 분류되고 있다.
게임 시장 분석 플랫폼 니코 파트너스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의 전체 게이머 중 37%가 여성이며, 최근 몇 해 동안 남성에 비해 2배 가까운 속도로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여성 게이머 중 97%는 모바일 게임 이용자이며 PC를 이용하는 비율은 40%, 콘솔 이용자 비율은 16%였다.
ITB e스포츠가 2021년 발표한 리그 오브 레전드(LOL) 유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저 중 남성의 비율이 84.8%였다. LOL은 텐센트의 미국 자회사 라이엇 게임즈의 PC 게임으로 왕자영요와 같은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장르 안에서 가장 대중적인 게임으로 평가 받는다.
모바일 MOBA 장르 게임인 왕자영요가 LOL 대비 여성의 성비가 훨씬 높다는 것은 뒤집어 말해 여성 게이머들이 PC보다는 모바일 플랫폼에 집중적으로 모여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은 게임업계인들 사이에서 주류 게임 시장 중 특별히 '여성 게이머'의 비중이 높은 곳으로 통한다. 중국의 모바일 앱마켓 매출 상위권에 '연여심공(恋与深空, 러브 앤 딥 스페이스)'이나 '세계지외(世界之外, 비욘드 더 월드)' 등 미소년 캐릭터를 내세운 이른바 '여성향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이나 뮤지컬, 웹툰 등 여성을 위한 콘텐츠가 많이 분산된 한국과 달리 중국은 게임에 여성향 콘텐츠 수요가 집중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