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는 1994년 11월 23일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이라는 제목의 PC 게임을 출시했다. 실시간 전략(Real-Time Strategy) 게임이란 장르가 태동하던 시기에 등장한 이 게임은 탄탄한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에 둔 몰입감 있는 싱글 플레이 캠페인, 당대에 보기 힘들었던 멀티 플레이 모드, 유닛 부대 지정(최대 4인)과 유닛 별 개성을 부여한 '마법' 등 획기적 시스템의 추가로 게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워크래프트의 성공에 크게 고무된 블리자드는 이듬해 12월 한층 발전된 게임성으로 무장한 '워크래프트2'를 출시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한 번 정찰했던 지점은 안개가 끼되 지형만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인 이른바 '전장의 안개'란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기념비적인 게임으로, 완성도 면에서도 당대 최고의 RTS란 극찬을 받았으며 영국 게임 전문지 PC게이머가 선정한 '올해의 게임(GOTY)'의 칭호를 받았다.
블리자드는 이후 1996년 '디아블로', 1998년 '스타크래프트', 2000년 '디아블로 2', 2002년 '워크래프트 3'까지 5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미국, 나아가 세계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는 게임사로 명성을 떨쳤다.
특히 워크래프트 3는 RTS에 '영웅의 성장'이란 RPG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한 유니크한 게임으로 호평 받았다. 이러한 장르 결합 시도는 이후 세계를 주름잡게 되는 또 다른 게임 장르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의 모태 역할을 했다.
워크래프트 출시 10주년을 맞은 2004년 11월, 블리자드는 MMORPG란 장르 전체를 대표하는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내놓았다. WOW는 전성기 몇 년 동안 매년 10억달러(약 1조39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블리자드 역사상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게임으로, '워크래프트'가 블리자드의 첫 단추인 '알파'였다면 WOW는 블리자드를 초대형 게임사로 완성시킨 '오메가'였다.
WOW는 세계 주요 시상식에선 밸브 코퍼레이션 '하프라이프2'에 밀려 GOTY를 수상하진 못했으나, 타임지가 2016년 선정한 세계 50대 비디오 게임 순위에서 '문명'과 '카운터 스트라이크', '심즈',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 등 유수의 게임들을 꺾고 10위에 등재됐다.
워크래프트 20주년이었던 2014년, 블리자드는 모바일 게임 위주로 재편된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워크래프트 IP 기반 수집형 카드 게임(CCG) '하스스톤'이란 또 다른 명작을 내놓았다. 2년 후인 2016년에는 블리자드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게임 IP 기반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이 개봉했다.
30년이 흐른 후의 블리자드는 과거 '명가'의 명성을 다소 잃었다. 지난해 출시한 캐주얼 RTS '워크래프트 럼블'은 게이머들에게 이전작들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을 받고 있다. 축제가 돼야 할 한 해임에도 블리자드 공식 행사 '블리즈컨'의 개최는 전면 백지화됐다. 워크래프트 30주년이자 하스스톤 10주년에는 뜬금없이 '스타크래프트의 영웅들' 미니 세트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