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운영사 밸브 코퍼레이션이 비밀리에 게임용 콘트롤러 대량 생산에 착수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이 중 하나는 VR 게임용 컨트롤러로, 지난 5년 동안 소문이 무성했던 VR 헤드셋 신제품 출시까지 거론되고 있다.
더 버지를 비롯한 해외 IT 전문지들은 최근 VR 주변기기 업체 이오즈(EOZ)VR의 브래드 린치(Brad Lynch) PM(프로젝트 매니저)의 주장을 인용해 "스팀이 2종의 게임 컨트롤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브래드 린치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밸브가 스팀 컨트롤러의 후속 기기인 '아이벡스(Ibex, 가칭)와 VR 헤드셋 '데커드'용 컨트롤러 '로이(Roy, 가칭)'를 준비하고 있다"며 "두 제품 모두 대량 생산을 목표로 공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팀 컨트롤러는 밸브 측이 2015년 11월 출시했던 게임용 컨트롤러를 일컫는다. 키매핑이 자유롭고 스팀의 모든 게임과 호환된다는 점을 내세워 주목받았으나 엑스박스(Xbox)나 플레이스테이션(PS) 컨트롤러를 상대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데커드는 밸브 측이 2019년 공개했던 VR 헤드셋 '인덱스'의 후속 기기로 알려진 제품이다. 이에 관해 밸브는 2022년 1월 VR 헤드셋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나, 그 뒤로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브래드 린치 PM은 주장의 근거로 스팀의 코드 내에 Ibex, Roy 등 키워드가 최근에 추가됐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로이에는 방향패드와 범퍼, 그립 버튼, ABXY 버튼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데이터 마이닝 외에도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를 출처로 한 정보"라고 밝혔다.
밸브는 게임 플랫폼 스팀과 '하프라이프', '카운터 스트라이크', '포탈'와 같은 개별 게임 IP 등 소프트웨어 시장에선 업계의 리더로 평가받으나, 하드웨어 시장에선 수 차례 고배를 마셨다.
앞서 언급한 스팀 컨트롤러 외에도 비슷한 시기 게임 전용 PC '스팀 머신', TV에서 게임을 스트리밍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돕는 '스팀 링크' 등을 연이어 선보였지만 이들 모두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2019년 6월 선보인 스팀 인덱스의 경우 함께 선보인 VR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에 힘입어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VR 헤드셋이라는 특성상 상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진 못한 것으로 짐작된다. 인덱스는 출시된 해 약 14만9000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022년 2월 출시한 휴대용 게임 기기 '스팀 덱'이 성공을 거두며 하드웨어 제조 사업부가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밸브 측은 2023년 11월, 더 버지 등 외신을 통해 "스팀 덱이 이미 수백만대 판매됐다"고 밝혔다.
밸브는 최근 한국에서 열린 지스타 2024에도 참여했다. 지스타 콘퍼런스 '지콘'의 연사를 맡았던 로렌스 양 스팀 덱 디자이너는 "PC 대신 스팀 덱 만으로 게임을 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스팀 컨트롤러와 인덱스 등 다양한 하드웨어 개발 경험이 스팀 덱 개발에 도움을 줬으며, 스팀 덱을 기반으로 한 미래 하드웨어들도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