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은 이명박 정권 시절 발의돼 박근혜, 문재인 정권을 거쳐 지금까지 시행돼왔다. 그동안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단통법 폐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매번 반짝 관심을 받은 이후 시들해져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며 폐지 수순을 밟지 못했다.
여야가 내세운 단통법 폐지 및 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공통된 사항은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용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 단말기 구입 비용과 통신서비스 이용요금 구분을 고지하는 것이다.
여당에서는 야당의 개정안 내용에 반발하고 나섰다. 소비자들에게 통신비 인하 혜택을 주기 위해 추진하는 단통법 폐지의 취지와는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야당의 안이 그대로 반영된다면 오히려 이동통신사를 향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함께했다.
여야가 단통법 폐지를 둘러싼 세부 협의안을 두고 마찰을 빚는 와중, 통신 업계에서는 무늬만 단통법 폐지안이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업계에 정통한 전문가 A씨는 "이번 단통법 폐지는 이름만 폐지일 뿐, 가장 핵심이 되는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제의 결합 구조 해결책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단통법 폐지와 함께 단말기 제조사는 단말기 판매만, 이동통신사는 통신 서비스(요금제) 판매만 각각 담당하는 것을 골자로 단통법 폐지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제조사는 단말기 공급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를, 이동통신사는 통신 서비스 경쟁을 통한 다수의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국내 단말기 제조 시장에 해당 조항이 적용돼야 단말기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되고 해외의 저렴한 단말들이 수월하게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는 해당 내용이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A씨는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내야 단말기를 포함한 국민들이 통신비 인하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며 "이대로 단통법 폐지와 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이 이뤄지면 알뜰폰 업계가 확보 중인 파이가 전부 이통 3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 할인, 혜택 제공까지 되는데 알뜰폰을 더 이상 쓸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며 알뜰폰 파이 감소에 대한 가능성도 제시했다.
알뜰폰 업계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단통법 폐지'가 업계의 생명줄을 쥐고 흔들 것이라는 걱정이 업계 전반에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로 인해 더 큰 혼란이 발생할까 사업자들 사이에서 불안이 감돌고 있다. 특히 추가 지원금 제한이 사라지면서 강력한 자금력을 앞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고착화된 통신 업계 파이를 이동통신 3사가 흡수하며 알뜰폰 업계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걱정의 기색을 비췄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