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언틱과 닌텐도가 협업한 '피크민 블룸'이 한국에서 흥행 역주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포켓몬 대란'까지 일으켰던 두 회사의 기존 협업작 '포켓몬 고'에 이어 국내에서 또 다른 흥행작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피크민 블룸은 11월 4주차(18일~24일) 기준 안드로이드OS에서만 40만명의 주간활성이용자(WAU)가 몰렸다. 전체 게임 중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피크민 블룸의 WAU가 40만명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21년 10월 출시 후 최다 접속 기록이다. 올 10월 3주차(14일~20일) 처음으로 WAU 순위 톱 10에 오른 이래 1달 넘게 최상위권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앱 통계 분석 사이트 앱매직에 따르면 이러한 인기는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진다. 앱 매직에 따르면 올 11월 기준 세계적으로 20만~50만명 사이의 이용자가 게임을 새로 다운로드 받았으며 이중 65%가 한국인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이 30%로 일본의 4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피크민 블룸의 '역주행' 과정에선 여성 게이머층의 관심이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월 말부터 X(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지에선 '피크민 블룸' 인증과 함께 플레이할 것을 권장하는 게시물들이 다수 눈에 띈다.
모바일 시장 분석 플랫폼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 8월 28일부터 11월 25일까지 90일 간 양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에서 '피크민 블룸'을 이용한 이들의 인구통계학 자료를 살펴보면 여성이 64%, 남성이 36%로 집계됐다. 여성 이용자층이 확실히 강세이나 남성 이용자층도 적지 않았다.
또 연령대 별 이용자 비율을 살펴보면 △18~24세: 27.7% △25~34세: 41.6% △35~44세: 16.4% △45~54세: 10.2% △55세 이상: 4.1%로 30대 이하 젊은 이용자층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피크민 블룸이 각광받는 이유로는 나이언틱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키워드 '걷기를 즐겁게 하다'를 들 수 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걸음 수에 따라 '꽃 심기', '피크민 부화'가 이뤄지며, 특정 지역에 따라 다른 꽃과 피크민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기존작 '포켓몬 고'와 유사한 재미를 준다.
포켓몬 고와 차별화되는 점은 '타인과의 경쟁' 요소가 훨씬 적다는 점이다. 포켓몬 고는 원작 포켓몬에 맞춰 '체육관 배틀' 등 타인과 경쟁하는 상호작용 요소를 다수 포함한다. 반면 피크민 블룸은 5명의 친구 그룹이 함께 '1주에 10만 걸음 걷기', '3만 송이 꽃 심기'에 도전하는 등 함께 걷기를 통한 협력 도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 매월 지정되는 '커뮤니티 데이'에 1만 걸음 이상 걸을 경우 '커뮤니티 데이 참가자' 뱃지가 주어지는 등 지속적으로 걷기에 대한 유인을 제공한다. 남이 아닌 나 스스로와의 경쟁을 유도해 '갓생(God+인생)'이란 신조어로 대표 되는 젊은 세대의 자기 개발 욕구를 자극한 것이 흥행 요인으로 풀이된다.
레스토랑·물가·카페 등 특정 장소에 맞춰 피크민들의 장식이나 동작이 달라지는 수집 요소, 현실 사진을 게임과 연동해 피크민들이 상호 작용하는 AR 사진 기능 등도 있다. 소셜 미디어를 자주 활용하는 젊은 이용자층 입장에선 맛집·명소 탐방 등 소셜 미디어에 공유 가능한 취미를 운동, 게임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