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는 AI로 인해 게임업계 또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게임 속 AI 알고리즘 강화, 개발 과정 다방면에 활용되는 것을 넘어 AI 자체가 '게임 이용자', '게임 콘텐츠 제작자'로 대두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구글은 최근 자체 AI '제미나이 2.0'의 주요 서비스로 '스트림 리얼타임'을 대중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이용자의 화면을 실시간으로 확인, 분석하여 텍스트는 물론 음성으로도 화면 내 이미지, 영상에 관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다.
게임 플레이 보조에 특화된 AI 음성 비서 '제미나이 포 게임'도 함께 공개됐다. '브롤스타즈'나 '클래시 오브 클랜' 등 인기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며 전술 조언을 듣거나 일일 퀘스트를 수행했는지 여부 등을 알려준다.
제미나이를 체험한 해외 스트리머들은 대체로 "완벽하진 않지만 놀라운 수준"이라며 호평하고 있다. 현재 제미나이는 영어 음성만을 지원하나 이후 더 많은 게임과 언어를 지원할 전망이다.
비디오 게임은 태동부터 AI와 발전을 함께했다. 다른 인간과 맞붙는 것이 아닌 혼자 플레이하는 인간을 위해 특정 알고리즘을 가진 봇, RPG의 NPC 등을 게임에 탑재해야 했기 때문이다. 구글 AI 사업부인 딥마인드를 이끄는 데미스 허사비스 대표는 과거 게임 개발자로서 게임 시스템과 봇, AI 등을 설계하며 경험을 쌓았다.
생성형 AI와 거대 언어 모델(LLM)이 대두됨에 따라 이러한 인게임 봇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게임이 활용되는 추세다. 생성형 AI는 이미 그림, 영상, 3D 모델링에 프로그래밍용 코드까지 제작할 수 있다.
텐센트는 2023년 초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해설 영상 생성 방법·장치·서버·저장 매체'의 특허를 인준 받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게임은 물론 군사 시뮬레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에 AI 기반 음성 해설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AI가 게임 전문 스트리머로 데뷔, 성공적으로 활동 중인 사례도 있다. 영국인 프로그래머 '비달'이 2022년 12월 선보인 '뉴로사마'가 그 사례로 데뷔 2년 만에 트위치에서 팔로워 64만명, 유튜브 구독자 42만명을 확보했다.
비달에 따르면 뉴로사마는 오픈 소스 AI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게임 플레이 AI, 채팅창을 실시간 분석하고 반응하는 텍스트 생성 AI와 TTS(Text to Speech) 음성 생성 AI,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아바타 등을 복합한 형태로, 게임 플레이는 물론 타 스트리머와의 합방이나 노래 방송까지도 막힘없이 해내 시청자들의 경탄을 자아냈다.
국내 게임사들도 AI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등 AI 챗봇 기반 게임을 선보여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은 크래프톤이 대표적인 사례다. 크래프톤 딥러닝실은 궁극적으로 게임을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AI '버추얼 프렌드'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AI 연구 조직을 자회사 NC AI로 분리, 별도 법인에서 AI 사업화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넷마블의 마젤란실, 넥슨의 인텔리전스 랩스 등 다른 게임사들도 오래전부터 자체 AI 연구진을 구성, 관련 기술을 사업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AI 전공자 출신인 김용하 넥슨게임즈 IO본부장은 "AI는 아직 비용이 과도하거나 실무 수준의 정밀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등 문제로 개발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엄청난 미래가 몇십 년 후에 열릴지, 내년에 바로 올지 모르며 어쩌면 바로 내일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