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일본 최대 규모의 동인 서브컬처 행사 '코믹마켓'에 참여한다. 서브컬처의 본고장인 일본의 팬덤을 공략한 기존 국내 흥행작들의 '성공 방정식'을 따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선 오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105회 코믹마켓(C105)이 열린다. 국내 게임사 웹젠, 밸로프의 일본 자회사 G.O.P 등이 현장에서 공식 부스를 낼 예정이다.
테르비스는 웹젠이 지난해 지스타에서 첫 선을 보인 서브컬처 RPG다. 2D 그래픽 기반 턴제 전투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기존의 'MMORPG 중심의 게임사'였던 웹젠의 이미지를 탈바꿈하기 위한 중요한 차기작으로 꼽힌다.
웹젠은 올 8월 C104에 참여한 데 이어 2회 연속 코믹마켓에 참가해 일본 팬들과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스타와 애니메이션 게임 페스티벌(AGF)에 연이어 참여, 한일 양국에서 팬덤 확보를 이어가고 있다.
G.O.P는 현장에서 '라스트 오리진'과 '아수라장' 두 게임을 전시한다. 이중 라스트 오리진은 철저히 성인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서 마니아층의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다. 밸로프는 올 초 이 게임의 퍼블리싱 권한을 라인게임즈로부터 취득했다.
아수라장은 국내 신생 개발사 디자드가 개발 중인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이다. 각양각색의 미소년·미소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특징으로, 개발진은 지난해에도 일본 최대 게임 전시 행사 '도쿄 게임쇼'에 참여했다. 이번에 현지 퍼블리싱을 맡은 G.O.P와 더불어 코믹마켓까지 참여, 게이머들을 넘어 서브컬처 팬들에게까지 다가간다.
일본의 코믹마켓은 1975년 첫 개최돼 50주년을 앞두고 있는 동인 창작물 교류 행사다. 올 8월 104회 코믹마켓(C104)에는 약 2만4000개 서클(그룹)이 부스를 냈으며 이틀 동안 약 26만명이 방문했다. 국내 최대 게임 행사로 꼽히는 지스타가 올해 4일 동안 약 21만5000명이 방문했는데, 방문객 수로만 따지면 이보다 훨씬 큰 행사인 셈이다.
최근 일본에선 굴지의 현지 인기 IP들을 밀어내고 국산 서브컬처 게임이 인기를 거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블루 아카이브'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획 단계부터 일본 시장을 점찍고 선행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물론, 주요 개발진들이 꾸준히 일본 현장을 찾는 등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C105에는 블루 아카이브를 주제로 한 2차 창작 부스만 2290부스로, 전체 참가자인 2만8763개 부스 중 8%에 해당하는 이들이 하나의 게임만을 다룬다. C105 전체에서 부스 개수 1위인 것은 물론 역대 코믹마켓 전체에서도 최다 부스 개수 기록 9위에 올랐다. 블루 아카이브 외 1위부터 10위까지가 모두 일본 현지 장수 IP '동방 프로젝트'임을 고려하는 놀라운 수치다.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역시 일본 현지에서 꾸준히 일본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며 현지 인기 IP로 거듭났으며 2차 창작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에버소울', 컴투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등 서브컬처 장르 후발주자들은 모두 일본 시장을 특별한 타깃으로 두고 시간을 들여 공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C105 참가에 관해 웹젠 측은 "계절적 특성을 고려해 북부 지역 배경으로 장식하는 한편 현지 코스프레 전문 팀 섭외, 한정판 굿즈 판매 등 다각도로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G.O.P 측은 "일본, 나아가 글로벌 팬들에게 우리 게임들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