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있다. 첫 임기 시절 게임업계에 대해 다소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던 만큼 차기 행정부 또한 미국, 나아가 세계 게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는 1월 20일 대통령으로 취임, 4년의 임기를 개시한다. 당선 전후로 꾸준히 "취임 첫 날부터 대대적 변화를 줄 것"이라며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다.
해외 게임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게임 규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5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18년, 플로리다 주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게임업계 간담회를 열고 게임 속 폭력과 실제 폭력 사이 상관관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마피아 등 미국의 뒷세계를 테마로 한 게임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 시리즈의 개발자였던 댄 하우저는 당시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GTA 6를 출시하지 않게 돼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후보 당선 직후 게이머들 사이에서 "GTA 6 출시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적인 게임 규제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점쳐진다. 1기 행정부 시절에도 문제 제기 이상의 규제를 시도하진 않았으며, 선거 기간 동안 게임 규제 관련 공약도 내놓은 바 없다.
포브스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게임 산업 투자 회복세'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024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게임 관련 펀드 투자액이 491억달러(약 72조원)을 기록, 2023년 전체 누적 투자금인 473억달러(약 69조원)을 넘어섰다.
일부 외신들은 게임 규제 리스크보단 중국과의 무역 마찰이 시장에 미칠 영향이 더 크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플레이스테이션(PS)과 엑스박스(Xbox) 등 콘솔 게임 기기는 물론 PC와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기 상당수가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60% 이상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주장했다. 영국 매체 메트로는 이를 두고 "부품 수입 가격 인상 폭을 고려하면 PC 가격은 46%, 콘솔 게임 기기는 40%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산했다.
전자기기 전문지 톰스하드웨어는 10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에드 브르짓와 부사장은 "노트북과 데스크톱, 스마트폰, 모니터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기에 인플레이션 효과를 줄 전망"이라며 "관세는 해외 정부가 아닌, 미국인들이 나눠서 지불하는 역진적 세금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게임 전문지 게임스팟은 '트럼프의 관세로 게임과 콘솔 가격이 오를 것인가'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를 통해 공개된 MST 파이낸셜의 추정에 따르면 PS는 중국에서만 약 70%가 생산되고 있다. 닌텐도는 베트남 지역에서 약 50%의 스위치를 생산하는 등 다른 두 콘솔 게임사는 중국 외 지역으로 이전을 시도해왔으나, 이들 역시 관세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콘솔 게임 3사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닌텐도는 2019년 6월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에 반대하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실제로 게임 콘솔 기기는 9월 적용된 관세 부과 정책에서 예외 분야로 지정됐다.
주스트 반 드루넨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게임업계는 수입 관세 면제를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과 별개로 이후 게임 유통 시장이 실물에서 클라우드 게임·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