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갈린 엔씨 '리니지' 소송전…MMORPG 시장 '지각 변동'

엔씨소프트가 자사 대표작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목표로 제기한 소송전들의 1심 결과가 엇갈렸다. 향후 국내 MMORPG 시장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3부는 지난 23일, 엔씨가 카카오게임즈와 산하 개발사 엑스엘(XL)게임즈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부정경쟁행위 중지 등 소송에 대해 기각 처분을 내렸다. 이번 소송전은 XL게임즈가 개발, 카카오게임즈가 2023년 3월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에 대해 엔씨가 "리니지2M을 표절했다"며 제기한 소송이었다.

엔씨 입장에서 이번 아키에이지 워 소송전은 앞서 웹젠과 맞붙었던 소송전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웹젠의 'R2M'에 대해 엔씨가 '리니지M'을 모방했다는 이유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은 부장 경쟁 방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 R2M의 전송·배포 등을 중단하고 10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두 소송전 모두 2심으로 이어지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엔씨는 아키에이지 워 소송전 1심 직후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 후 상급 법원을 통해 다시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웹젠과의 소송전 2심의 경우, 판결 당일인 23일 변론이 열렸으며 선고기일은 오는 3월 27일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제기된 아키에이지 워·리니지2M 유사성 논란은 기존에 R2M·리니지M 이슈에 비해 뒤쳐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주목을 받은 면도 있었다고 본다"며 "법원의 판단이 반대로 나와서 놀라웠다"고 평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아키에이지 워 소송전에 관해 "각인·연구와 이용자 인터페이스(UI), 전직 시스템, 함대 등 유사성 지적을 받았던 요소들이 있었다"며 "법원이 이들에 대해 부정 경쟁 방지법으로 보호되는 '타인의 성과'로 인정하지 않은 듯 하다"고 평했다.

이 변호사는 "판타지 배경의 MMORPG에 있어서 위와 같은 요소들은 상당수 게임에 다수 존재한다"며 "리니지만의 전유물이 아닌 공공 영역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1심 결과가 이후 이어질 다른 소송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엔씨는 '아키에이지 워' 외에도 레드랩게임즈가 개발, 카카오게임즈에서 지난해 2월 출시한 '롬(ROM):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에 대해서도 자사 게임 '리니지W'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의 첫 변론은 24일 진행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