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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등장에 발 동동…"제2의 딥시크 쇼크는 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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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등장에 발 동동…"제2의 딥시크 쇼크는 한국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내 AI 산업 점검 회의' 개최
딥시크, 기존의 AI 모델 개발 공식 뒤집은 존재
정부, AI 인재 양성·지원 외에 '기술 추격조' 구성 必
정혜동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인공지능PM이 딥시크 AI의 주요 특징 등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사진=편슬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정혜동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인공지능PM이 딥시크 AI의 주요 특징 등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사진=편슬기 기자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 발 충격이 한국까지 흔들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딥시크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고 기업에서도 딥시크 사용 금지령을 내리는 등 경계에 분주한 모습이다. 반면 딥시크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도 충분한 성능의 인공지능(AI)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재 양성과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선두 그룹을 뒤쫓는 '추격조'를 양성한다면 제2의 딥시크 충격은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을 거란 의견이 제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일 서울 중구 국가AI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내 AI 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의 쟁점은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에서 개발한 AI 모델 '딥시크-R1'이었다. 글로벌 AI 시장이 딥시크 충격으로 요동치는 가운데, 국내 AI 산업을 돌아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방안을 마련해야 할지에 대한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오갔다.

'딥시크 AI의 주요 특징 및 시사점과 국내 AI산업의 경쟁력' 발제에 나선 정혜동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인공지능PM(프로그램 매니저)은 딥시크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 등의 신뢰도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시사점은 그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던 AI 개발에 낮은 비용으로도 고성능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를 활용해 저비용 고효율의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업계 내에서도 커지고 있다는 것.

정혜동 인공지능PM은 "많은 빅테크들이 자사의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 중이나, 완전히 프리소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생태계 락인 등의 우려가 있고, 나아가 이것이 제약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한국 역시 충분한 저력을 갖고 있는 나라기 때문에 글로벌 추세를 좇기보다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목소리는 딥시크의 출현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으며, 정부의 투자와 민간의 노력이 동반돼 '함께 가는' 그림을 만든다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국내 AI 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 회의에 국내 AI 산업을 리딩 중인 기업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편슬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AI 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 회의에 국내 AI 산업을 리딩 중인 기업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편슬기 기자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김병학 카카오 부사장은 "딥시크는 크게 두 가지 쟁점을 낳았다. 하나는 저렴한 비용으로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기존의 AI 모델 개발 공식이 더 쉬워졌다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충분히 따라갈 수 있고 어려운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딥시크가 만들어낸 가능성으로 AI 시장의 판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시각이다.

신영식 SK텔레콤 부사장도 말을 얹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함께 미팅을 진행했다고 들었다"며 "현재 일본은 정부의 지원과 소프트뱅크라는 민간 기업 주도로 AI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적인 AI 모델 확보에 대한 우려도 함께 표했다. 신 부사장은 "K-LLM(한국형 거대언어모델)이라고 한다면 누가, 어떤 식으로 만들 건지, 정부와 민간의 컬래버레이션 모델은 없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소버린(주권) AI를 지킬 수 없다면 산업·국방 등의 시장을 어떻게 지킬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오승필 KT 최고기술책임자(CTO) 또한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적인 AI라는 게 뭘까, 알고리즘을 한국에서 만들어야 하나? 학습 데이터를 한국 것으로 써야 하나? 그런 수준이 아니라 수십 년간 쌓인 교과서, 백과사전, 기사 등을 통해 한국을 배우고 가치관을 가져야 한국적인 AI인가 등에 대해 KT는 진지하게 접근 중이다"라고 말했다.

소버린 AI에 중점을 두고 AI 사업 전략을 이끌어 가고 있는 네이버도 '사명감'에 대해 논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소버린 AI 개발에 있어 네이버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했던 측면이 많았다. 글로벌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고민했는데 바로 한국 사람들의 니즈에 맞춘 원천 기술이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국내 AI 산업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이들의 의견을 경청한 김두현 국가AI위원회 인재·인프라 분과위원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오픈AI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국가 차원에서 '추격조'를 구성해야 한다"며 "정부에 얽매이지 않는 특수임무조직을 만들어 AI 기술을 추격시키고 독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게 한다면 제2의 딥시크 쇼크가 한국에서 나오지 않겠나라는 기대감에 부푼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딥시크를 경계하고 배척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으며 국내는 이에 더해 산업, 외교, 국방, 통일부 등 다수의 정부 부처들이 접속 차단에 나섰다. LG와 카카오 등에서는 업무에 딥시크 이용에 대한 금지령을 내리면서 글로벌 진출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