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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KT, 무료 광케이블 설치 빌미로 '강제 영업'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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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무료 광케이블 설치 빌미로 '강제 영업' 눈살

일부 아파트서 KT 상품 가입 유도 확인
안내문에 공사 주체 통신사 '미표기'…"왜?"
관리사무소 "안내문은 통신사 측에서 마련"
아파트 우편함마다 '광케이블 인입 공사 신청서'가 빼곡히 들어차있다. 사진=편슬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아파트 우편함마다 '광케이블 인입 공사 신청서'가 빼곡히 들어차있다. 사진=편슬기 기자
1997년에 준공된 구축 아파트에 사는 A씨는 관리사무실 측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최대 속도 1만메가(MB)를 지원하는 '광케이블' 교체 공사를 무료로 지원한다는 것. 현재 A씨가 이용 중인 인터넷 회선은 본래1기가(GB)를 지원하는 상품이나, 아파트가 광케이블을 지원하지 않아 500메가로만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무료 공사를 도와준다는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서 더 빠른 인터넷 속도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점은, 안내문에 공사 주체인 통신사가 명확하게 표기돼 있지 않고 공사 담당자라고 안내된 연락처에 수차례 문자와 전화 문의를 남겼음에도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인터넷에 관련 내용을 검색한 결과 자신과 유사한 사례를 확인했다. 개중에는 특정 통신사의 가입을 유도한다는 내용도 있어 결국 A씨는 공사 진행을 포기했다.

구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광케이블을 '무료'로 시공해 준다는 KT의 영업 행위가 또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안내문에서는 통신사 상관없이 광케이블 교체를 통한 인터넷 회선 속도 개선을 도와준다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일부 아파트에서는 기존에 이용하고 있던 타 통신사 대신 KT의 상품을 이용하게끔 유도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준공된 지 20~30년 된 아파트의 경우 속도가 낮은 동축케이블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공사를 통해 지하에 매설된 광케이블을 각 세대 단자함으로 연결, 인터넷 회선 속도를 높여준다는 취지다.
아파트 단지 내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공사 안내문. 사진=편슬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아파트 단지 내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공사 안내문. 사진=편슬기 기자

관련 업계에서는 보통 KT가 광케이블 설치를 빌미로 구축 아파트에 대한 직접 영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비슷한 사례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 이 중에는 KT 상품 가입을 전제로 하는 경우도 있어 구축 아파트 거주자들의 세심한 판단이 요구된다.

구축 아파트에 사는 B씨는 "지난 10일 KT에서 광케이블을 무료로 교체해줬다. 영원 사원은 인터넷을 KT로 옮기면 방마다 광케이블을 다 연결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이용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의 상품 약정이 11개월 남아 있다. 위약금과 KT 인터넷 설치비는 대신 내준다는데 3년 동안 써야 할 인터넷+티비 사용 비용이 기존 상품 대비 많이 들어가더라"라고 자신의 경우에 대해 설명했다. A, B씨와 유사한 사례는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수 확인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내 비치된 영업 전단지에는 공사 주체가 명확히 표기돼 있지 않다. 또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세대에 투입된 신청서 또는 엘리베이터에 놓여진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도 문제가 되고 있다. 공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지, 모든 세대원이 참여해야 하는지 모호하게 작성돼 있어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안내문에서 함께 표기한 '공사 담당자' 연락처는 전화를 받지도, 문자에 답변하지도 않는 '무대응'으로 일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KT에서 각 세대별로 광케이블 선을 끌어와 연결해 주는 공사다. 더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고 현재 이용하고 있는 인터넷 회선의 통신사 관계없이 공사를 무료로 지원해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내문에 공사 주체가 표기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프린트는 관리사무소에서 준비한 게 아니라 통신사 측에서 전달해준 것이고 해당 내용이 왜 빠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는 입장만을 전해왔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