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7, "시리즈 역대 최악" 혹평 세례
'수스쿼', '반지의 제왕'도 흥행 참패
뉴질랜드·체코…변방에서 오히려 성공
한중일 3국 게임, 대안으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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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업계의 주류로 꼽히던 북미, 서유럽 등 서구권의 침체기가 이어진다. 기대작으로 꼽히던 대형 IP 신작들이 연달아 실패하며 아시아 게임계에 패권을 내어주는 모양새다.
미국 테이크 투 인터랙티브(T2) 산하 파이락시스 게임즈는 최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란 장르를 상징하는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 7번째 작품을 출시했다. PC와 3대 콘솔 게임 기기 플레이스테이션(PS)·엑스박스(PS)·닌텐도 스위치는 물론 VR 헤드셋 '퀘스트 3'까지 입점하며 다방면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다.
그러나 전작 대비 부족한 콘텐츠 볼륨과 과도한 시스템 변경, 유료 확장팩(DLC)을 6개나 계획해두는 등 무분별한 추가 패키지 정책 등이 논란에 휩싸였다. 리뷰 통계 사이트 메타 크리틱의 평론 평점도 17일 기준 80점(100점 만점, 82명 참여), 90점을 넘겼던 대다수의 기존작들과 달리 역대 최저점을 기록했다.
실제 게이머들의 반응은 더욱 냉담하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문명 7'의 최다 동시 접속 기록은 8만4558명으로 전작 '문명 6'의 최고 기록 16만2657명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용자 평가 평점은 '복합적'으로 2만106명의 이용자 중 49%가 게임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역대 최악의 문명"이라는 평가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서구권 AAA급 대작들이 이와 같은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 락스테디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킬 더 저스티스 리그', 독일 데달릭 엔터테인먼트의 '반지의 제왕: 골룸'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콜 오브 듀티' 시리즈 또한 매번 출시 시점마다 기대 이하란 평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유비소프트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물론 신규 IP로 내세운 '스컬 앤 본즈', 외부 IP 라이선스 게임 '스타워즈 아웃로' 등이 연달아 실패하며 위기에 봉착했다. 영국 스포츠 인터랙티브의 '풋볼 매니저' 시리즈의 경우 개발 관련 논란이 이어진 끝에 아예 신작 출시가 전면 취소됐다.

서구권 게임들의 실패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 강조가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외모지상주의와 인종·젠더 차별을 막자는 PC적 관점을 게임 본연의 재미, 프로그래밍적 완성도보다 강조한 게임들이 많다는 것이다.
연이은 신작의 실패는 개발사들의 경제적 위기와 구조 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임 감원 뉴스를 종합하는 사이트 '게임 산업 해고(Game Industry Layoffs)'에 따르면 2024년 최소 1만4500명, 월 평균 약 1208명의 게임업계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일각에선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 'AAA급 게임 자체의 종말이 다가왔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서구권 게임사들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비주류 지역, 특히 아시아 개발사들의 게임이 대안으로 주목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기존 주류였던 일본은 물론 한국, 중국의 게임들까지도 서구권 게이머들의 이목을 끄는 모양새다.
올해 미국 최대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GA)에선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 산하 일본 개발사 팀 아소비의 '아스트로봇'이 올해의 게임(GOTY)을 수상했다. 아스트로봇의 대항마였던 '메타포: 리판타지오'와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또한 일본 게임이며 '검은 신화: 오공'은 중국 게임이었다.
스팀 플랫폼에서 최근 인기를 끈 게임으로는 중국 텐센트의 자회사인 뉴질랜드의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가 개발한 '패스 오브 엑자일 2', 중국 넷이즈의 '마블 라이벌스' 등이 있다. 중세 유럽 오픈 월드 게임 '킹덤 컴 2: 딜리버런스'의 개발사 워호스 스튜디오는 동유럽의 체코에 본사를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나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등이 서구권에선 찾기 어려워진 미형의 주인공을 내세워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이 첫 해 10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올린 가운데 오는 3월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 크래프톤 '인조이' 등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