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 밴픽에선 바텀 라인의 티어 높은 챔피언을 먼저 고르고 시작하다보니 하던 챔피언을 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피어리스 드래프트 도입을 통해 안 하던 챔피언들이 조명 받고, 각 챔피언의 디테일도 더욱 살리게 돼 성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화생명 e스포츠의 원거리 딜러 '바이퍼' 박도현 선수가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회를 총평하며 한 말이다.

이번 LCK 컵은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도입됐다. 이전 세트에 사용한 챔피언은 자동으로 금지되는 규칙으로, 5판 3선승제 다전제의 마지막 세트 기준으로는 40개의 챔피언이 사전 금지되는 형태였다.
최인규 감독은 "중국 LPL(LOL 프로 리그)에 선제 적용된 피어리스 드래프트를 보며 '5세트까지 가면 정말 듣도보도 못한 챔피언들이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면서도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니었고, 결국 팀적인 조직력과 역량이 승부를 가른 것 같다"고 술회했다.
'피넛' 한왕호 선수는 "프로 선수 입장에선 어떤 규칙으로 경기하든 상관 없이 적응해야한다고 본다"며 "시청자와 팬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맞다고 보는 만큼 피어리스 드래프트 규칙 자체는 결코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평했다.
한화생명은 LCK 컵 도중 상대팀 젠지 e스포츠를 만난 두 차례의 경기에선 모두 패배했으나, 결승전에서만큼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서포터 '딜라이트' 유환중 선수는 "대회 초번에는 장점이 없는 픽을 하다 보니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며 "밴픽의 방향성에 대해 적잖이 토의했고 특히 어떤 챔피언들을 나눠먹었을 때 좋은 구도가 나오는 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결승전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젠지의 김정수 감독은 "선수들은 정말 잘해줬지만 나의 모자름으로 마지막에 패배한 것 같다"며 패배를 겸허히 수용했다.
김 감독과 기자회견장에 함께한 '룰러' 박재혁 선수는 "실수도 적지 않았고 대회 전반적으로 기복도 있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였다"면서도 "다음 대회에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 대회였던 만큼 LCK에 좋은 경기력으로 돌아오겠다"고 덧붙였다.
LCK 정규 시즌은 오는 4월 개막할 예정이며, 이에 앞서 세계 5대 리그의 전반기 대회 우승팀들이 모이는 국제 대회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가 오는 3월 10일부터 16일까지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화생명의 미드라이너 '제카' 김건우 선수는 "대회가 며칠 남지 않은 만큼 잘 쉬고 준비하겠다", 탑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 선수는 "퍼스트 스탠드 진출을 가장 먼저 확정지은 만큼 잘 분석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