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즐기는 '부담 없는 활극'
원작 특유의 '일상형 RPG' 요소 구현
소과금 어려운 확률 뽑기 BM 아쉬워
원작 특유의 '일상형 RPG' 요소 구현
소과금 어려운 확률 뽑기 BM 아쉬워

넥슨을 대표하는 장수 MMORPG '마비노기'의 정식 모바일 버전이 원작 출시 21년 만에 공개됐다. 원작 특유의 '느긋하게 즐기는 생활형 RPG' 요소를 적잖이 담아낸 가운데기존 모바일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들을 차용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넥슨 산하 데브캣이 개발한 게임이다. 2017년 지스타에서 개발 사실이 최초 공개된 후 8년 만에 출시되는 만큼 원작 팬들은 물론 일반 게이머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넥슨은 게임 출시 직전, 경기도 판교 소재 넥슨코리아 사옥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사전 시연회를 열었다. 현장을 찾은 '나크' 김동건 데브캣 대표는 이 자리에서 마비노기 모바일의 목표로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본,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을 제시하며 "마비노기라는 게임의 문턱을 낮춘 새로운 입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모바일 환경에 맞게 구현된 티르 코네일과 '나오', '던컨 촌장'과의 만남은 이러한 익숙함을 더욱 부각한다. 말 하는 까마귀가 주인공을 '모리안의 새 하수인'이라 부르는 것 또한 원작 팬들에겐 반가움을, 원작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마비노기 세계관 특유의 신비로움을 부각하는 연출로 인상을 남긴다.
마비노기 특유의 '캐주얼함'은 모바일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너를 저주한다", "피의 대가를 치뤄라"와 같은 전투적 메시지가 강조되는 일반적인 MMORPG들 달리 마비노기 모바일은 "정말 잘 했어!", "대단한데?" 등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가 눈에 띈다. 최근 3D 그래픽 모바일 게임 중에선 보기 드물게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이다.

데브캣은 이와 같이 마비노기 특유의 감성을 살린 가운데 기존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바일 RPG'적 요소를 다수 추가해 진입 장벽 낮추기를 시도했다. 길 찾기와 전투는 대부분 '자동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직업 없이 '스킬 레벨'만이 존재하는 마비노기 원작 고유의 감수성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일반 MMORPG와 같은 '직업 시스템'을 선택했다.
던전에선 혼자 입장해도 다른 플레이어와 매칭이 되는 '우연한 만남' 시스템이 눈에 띄었다. MMO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티 사냥이나 길드 단위 콘텐츠가 없이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MMORPG보단 '뱀파이어 서바이버' 등 로그라이크 RPG에서 익숙한 3자선택 식 성장 시스템도 눈에 띈다.

콘텐츠와 전투 면에선 '보다 쉬운 마비노기'라는 인상을 줬으나 비즈니스 모델(BM) 면에선 장벽 완화를 위한 장치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핵심 BM은 '패션 장비(의상)'과 '펫(애완동물)' 럭키박스, 즉 확률형 아이템 뽑기다. 출시 시점 기준 4주 단위 시즌제 업데이트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두 아이템 모두 능력치, 즉 캐릭터에 추가적인 성장 요소가 될 수 있다.

의상 기준 100회, 펫은 200회 뽑을 시 원하는 대상을 확정적으로 획득하는 '천장' 시스템이 있는 등 수집형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BM이다. 다만 의상은 상의, 하의, 모자, 장갑, 신발 5종에 대해 세트 효과가 적용되는 만큼 1, 2개를 뽑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 기존 수집형 RPG에 비해 '명함(픽업 대상 1회 획득)'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각 아이템의 고급·레어·엘리트·에픽·전설 등 등급 별로 세분화된 가운데 전설 등급은 뽑기에 더해 추가로 '합성'까지 해야 얻을 수 있는 등 '하드코어 MMORPG'에 가까운 요소도 있다. 수집형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회 구매 시 유료 재화 2배' 보너스도 제공되지 않는 점 또한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을 높일 만한 부분이다.

물론 출시 시점의 마비노기 모바일은 직접적인 PvP(이용자 간 경쟁)이나 랭킹전 등 경쟁 요소가 크지 않아 '확률 뽑기를 통한 추가 성장'의 유인이 강하진 않다. 역으로 말하자면 소비자가 '큰 돈'을 들여야만 하는 과금을 시작할 유인 또한 미비해 '소(小)과금'이 아닌 '무(無)과금'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 캐주얼 게임들이 다수 이용자를 상대로 월정액 소과금을 부담 없이 하도록 BM을 설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보자 친화적인 RPG'라는 비전과 BM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 듯하다. 이는 개발사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화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마비노기 모바일은 원작의 독특한 재미를 유지하며 모바일 MMORPG·수집형 RPG 이용자들에게 익숙할 만한 요소를 더하는 것을 시도했다. 현 시장에서 보기 드문 '밝은 게임'으로 분명한 차별점이 있으나, 게임의 지향점과 구조가 동떨어지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 업데이트를 통해 간극을 메우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